수분하의 버스 안에서도 7살 여자아이는 내 앞에 서있었다. 우리는 같은 손잡이를 잡았고, 나는 두어 번 아이의 손에 접속을 시도했다. 마음의 문은 활짝 열렸지만, 지척에도 길은 없고 바람은 불지 않았다. 기차 안에서처럼 우린 말문이 막혔고, 화면에는 커서만 저 혼자 깜빡거렸다. 아 이대로 얼마간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바람은 속절없어 버스는 이내 우리를 밖으로 쏟아낼 태세였다. 이별을 직감한 아이는 무력한 눈빛으로 몇 번이고 손을 흔들었고, 나는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버스 창을 사이에 두고 이별의 의례는 계속되었다. 버스는 떠났고 내 가슴은 털썩 주저앉았다. 처음 볼 때부터 먼저 이별이 빠르게 다가왔으니 입은 굳어버렸고, 울 겨를도 없이 이별의 의례는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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