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구글 지도 논쟁의 본질과 교훈 (최희원, 경향신문)

검하객 2016. 7. 15. 10:30

            

  ‘포켓몬 고(GO)’ 게임 열풍으로 우리 정부와 구글 간 지도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개발사가 전 세계의 지도를 마름모꼴로 구획하고, 한국을 서비스 제외지역으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속초 등이 이 구역에서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구글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유독 한국만 지도 반출에 비협조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보안처리된 지도 데이터를 반출할 테니, 위성영상에 보안처리를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구글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안처리란 대상물을 지우거나 위장하는 것이다.

  구글은 이 문제와 관련, 10여년의 논쟁에서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보여준 선택이다. 두 강대국에 서버를 두고 길찾기 등 각종 지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한국에도 서버를 두는 방법이다. 하지만 구글은 이 방법을 한국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구글은 한국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한 푼의 법인세도 내지 않고 있다. 서버를 두면 한국의 간섭이나 규제를 받게 되거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구글은 경악(?)할 만한 조언을 한다. 만일 한국의 의지대로 하겠다면, 이스라엘의 수순을 밟으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유일하게 구글이 보안처리된 지도와 위성영상 서비스를 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1996년 미국에서 제정된 법 때문이다. 전 세계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유태인들이 법 제정의 배후라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유치하게 되자,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잠시 넘겼다. 하지만 폐막 후 다시 구글 접속을 아예 막아버렸다. 구글은 이처럼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고 있는 중국의 요청이나 요구에는 늘 저자세로 일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지금 국가를 능가하는 유사국가의 권력을 가진 구글과 협상 중이다. 그러나 쉬운 문제가 아니다.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반출시켜 전 세계의 표준에 합류하고, 관광편익 등 글로벌 편익서비스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수해야 할 문제도 많을 것이다. 특히 구글이 만든 지도 데이터를 통해 무인자동차 등 관련 산업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다.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을 하러 속초에 힘들게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군사적 대치상황에서 국가안보와 보안을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10년 전 이라크전에서 바스라에 주둔한 영국군은 반란군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 적지 않은 병사들이 사망하고 피해가 발생하자 반란군 색출에 나섰는데, 은신처에서 구글 지도서비스에서 출력한 자료를 발견했다. 자료에는 영국군의 천막, 화장실까지 확연하게 나왔다.

  대승적 차원에서 구글에 지도를 반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대하는 구글의 태도를 감안할 때 괘씸한 게 사실이다. 속된 말로 혹시 한국을 글로벌 호구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구글은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해 모든 사람이 접근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인류 발전과 평등을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들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그들의 주장은 절반만 믿기로 하자. 게다가 현재 그들의 행보는 ‘빅브러더’를 연상케 하고 있다.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개발한다고 발표했을 때, 자동차업계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 됐다. 이때 BMW, 아우디, 다임러그룹 등은 자동차 컨소시엄을 만들어 차량 내비게이션 시장의 80%를 장악한 히어(Here)라는 지도회사를 인수했다. 구글의 독점과 횡포를 우려해서다.

  하지만 20년도 되지 않은 기업, 구글은 우리 생활에 너무 깊숙이 침투해 있다. 탐욕스러운 ‘정보거머리’가 되어버린 구글은 어쩌면 ‘빅브러더’보다 더 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들은 머지않아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수집·관리하게 될 것이다. 또 초연결사회 가전제품을 연결하고 전 세계를 작동시키는 시스템도 추구하고 있다.

  전 세계를 작동시키는 시스템, 그것은 우리의 삶을 통제하게 될 것이다. SF영화에서 기업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미래를 구글은 현실화하고 있다. 구글을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를 이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구글은 전통과 관행, 기존 시스템을 깨고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지도 논쟁을 통해 구글이라는 기업을 냉정한 시각에서 정확하게 인식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도 반출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