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해서 "리스본 행 야간열차 1" (파스칼 메르시어, 전은경 옮김, 동녘, 2009)를 짐에 넣어 갔는데, 역시나 펼쳐보지도 못했다. 짐만 되었을 뿐이지만, 그저 짐만은 아니었다. 이 책 한 권이 있어 얼마나 든든했던가! 이 책 한 권이 없었다면 얼마나 허전했을까! 아니 몹시 불안했을 것이다. 피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열차표를 끊고 바로 탑승했다. 열차는 리스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소설에서는 스위스 베른을 출발한 열차가 26시간만에 포르투칼 리스본에 도착하지만, 내가 탄 열차는 훨씬 느리고 정차 역도 많다.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의 삶을 바꾸어 놓은 그날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똑같이 시작했다.
이야기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밖에는 장마비가 퍼붓고, 카페 씨밀레 안은 적막하다. 기차도 폭우 속에 멈추었다. 차창으로 빗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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