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가한 상상

검하객 2020. 5. 25. 10:37

  비 내리는 불의 날, 이승의 마지막 카페에 앉아, 그럼 저승에도 첫 번째 카페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 카페는 강 건너 언덕 나무 아래 있을까, 성문 안 길 오른쪽에 있을까, 아니면 기차역 대기실 한 구석에 있을까? 누구라도 원하면 들어가 커피를 주문할 수 있을까, 지갑도 카드도 없으면 뭘로 값을 치르지, 괜한 걱정이 먼저 든다. 혼자 마셔야 하나, 여기서도 이렇게 낯을 가리니 그곳에선들 오죽하랴. 내 얼굴 근육으로 잔물결처럼 미소가 번져간다. 지금 쓰고 있는 이 펜과 노트가 있으면 좋으련만! 떠나는 기차역에 밥집이 있으면 닿는 기차역에도 밥집이 있고, 이 항구에 술집이 있으면 저 항구에 술집이 있으니, 이승이 끝나는 곳에 카페가 있으면, 저승이 시작하는 곳에도 카페가 있을 거야, 무척이나 낙관적인 생각을 하니, 입가가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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