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은 포란(抱卵) 둥지 형, 품은 원림이다.
대략 1400 평 크기 땅에 우주를 담아놓았다.
그렇다고 닫혀있다는 뜻은 아니다.
園이란 글자 모양이 나타내듯,
정원이나 원림에는 인공성과 울(담장)이 전제되어 있다.
소쇄원의 담장에는 '외부와의 차단'이라는 기능이 결여되어 있다.
낮으며, 중간 중간 끊어져 있다.
미적 요소이며, 영역을 표시할 뿐이다.
그리고 밖의 지리, 작게는 장원봉 조금 더 크게는 무등산과 넘나든다.
장원봉 품에 있으면서, 장원봉을 품고 있다.
가운데를 흐르는 시내는 면앙정 원림의 영산강이다.
원림과 문학은 상통한다.
작가가 있고 시대가 있고 주제도 있고 수용도 있다.
그리고 구조와 형식이 있다.
해석을 필요로 한다.
해석은 질서와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부여하는) 작업이다.
문학이 언어구조라면 원림은 공간구조이다.
처음과 끝이 있고, 전체와 부분이 있으며, 부분과 부분의 연결과 대응이 있다.
입구의 오리, 시내 위 다리, 진입로의 대숲, 두 개의 연못과 대홈통은 구조의 일부이며 다 의미를 지닌다.
소쇄원은 한 편의 텍스트이다.
이 텍스트는 해석의 장이다.
해석하는 건 매우 흥미로운 놀이이다.
어떻게 놀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