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국 단상
퇴근하여 잠깐 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집으로 오는 전화 발신자의 반은 어머니다. 소 다리을 고았으니 가져가라신다. 12시간을 꼬박 고았다는 곰탕의 맛이 그야말로 진국이다. 며칠 전 작은놈이 식당의 맛도 없는 순대국을 그렇게 잘 먹더란다. 손주를 위해 만들었다는 뜻이다. 밥을 한 그릇 말아 먹으면서, 음식을 만든 사람은 먹은 사람의 반응이 궁금하겠지. 작은놈에게 말했다. "이건 무조건 식당 순대국보다 맛있어야 하는 거야, 알지?" 다행히 알아들은 표정이다. 우리는 인터넷 기사에 댓글 하나를 달고도 그에 대한 반응을 궁금해한다. 무엇이 안 그러리요마는, 자식 손주 먹이려고 12시간이나 정성을 들여 음식을 만들었으니 반응에 대한 기대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 맛과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고 잘 표현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생각이 어제 마지막 강의 내용으로 옮겨갔다. 비평이란 넓은 의미에서 '밑줄치고 메모하는 행위'이다. 어떤 분야든 비평이란 식별 능력이고, 올바른 식별 능력을 갖춘 사람을 비평가라 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博觀이다. 너희들은 제도적인 비평, 이런 건 꿈도 꾸지 말고 그저 즐겁게 밑줄치고 메모해라. 비평이란 작품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주는 행위이다. 천지간의 맑은 기운이 시인의 비장에 스며들었다가 다시 언어로 태어난 시를 많은 사람들이 입에 달아도 그 마음을 제대로 아는 천 만 사람 중의 한두 사람이 되는 것, 누구나 이름은 들어보았고 한두 작품을 읽었을 사마천 김시습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그것을 知音이라고 하는데, 지음은 천년에 한번 만나기도 어렵다고 한다. 비평은 궁극적으로 지음이다. 그것은 어린 딸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내 학생의 고뇌와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이고, 곰국을 먹으면서 거기 담긴 마음을 느끼는 일이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지? 앞뒤가 딱딱 들어맞지는 않았겠지만, 개떡 같은 말을 아이들이 찰떡처럼 알아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