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랜 친구들, 120회본 수호전 주요 인물의 결말

검하객 2015. 12. 14. 01:37

 

  도적소설의 전범이자 불후의 고전인 "수호전"에는 120회보,100회본, 70회본이 있다. 김성탄의 70회본에 미혹되어 소설 속 인물들을 대상으로 몇 편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宋江, 魯達, 武松, 林沖, 楊志, 阮小七, 李逵 등. 송강을 제외하면 김성탄도 좋아하고, 나도 따라서 좋아하는 인물이다. 논문을 준비하면서 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처지를 고민하고 그 살인 현장을 함께 했다. 김성탄과 가까이 지낸 뒤로 그의 말을 혹신하여 70회 뒤의 내용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70회본은 양산박에서 108호걸들이 모이는 장면으로 종결된다. 오늘 문득 120회본에서 이 친구들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어졌다.

 

  李逵方臘 정벌 전쟁 뒤 양산박의 두령 중에는 몇 명만 생존했는데 이규는 그중 하나이다. 蔡京高俅 등은 독을 탄 술을 禦酒라고 속여 宋江에게 먹였다. 중독된 걸 안 송강은 이규가 복수를 명분으로 다시 사람들을 모을까 걱정, 이규를 불러 독을 탄 술을 마시게 하고 그 사실을 알렸다. 이규는 말했다. “살아서 형님을 모셨으니, 죽어서도 형님 밑의 小鬼가 될라우. 生時伏侍哥哥, 死了也只是哥哥部下一個小鬼.”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예의 명분에 조금도 얽매이지 않는, 가장 야비하고 본능적인, 가장 일관성이 없는, 송강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회에 등장하는 이규 다운 죽음이다. 그의 무덤 앞에는 쌍도끼가 놓여져 있고, 주위 숲에서는 黑旋風이 일어나겠지.

 

魯達. 방랍 정벌 전쟁에서 공을 세웠지만 관직을 받지 않고 杭州 六和寺로 출가했다. 하루는 錢塘江의 물결[潮信] 소리를 적군의 북소리로 착각하여 선장을 들고 소리 지르며 뛰쳐나갔다. 8153경의 물결 소리임을 알고 크게 깨달아 박장대소했다. 智眞長老에게서 받은 4의 의미를 떠올렸다. ‘逢夏而擒萬松林에서 夏侯成을 사로잡은 것, ‘遇臘而執은 방랍을 사로잡은 것, ‘聽潮而圓, 見信而寂은 바로 오늘 이 일이라는 것을. 승려들에게 圓寂의 의미를 묻고는 그것이 죽음임을 알았다. 목욕을 하고는 宋公明 哥哥에게 가서 자신을 보러 오라는 뜻을 전하게 했다. 송강과 노준의가 도착했을 때는 노달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다비하고 유골을 거두어 육화탑산 뒤 탑원에 안장했다. 무송보다 투박하고 이규보다는 순실한, "수호전" 최고의 협객으로 禪杖을 사용했다. 그 죽음이 마음에 든다. 뒷날 항주 六和寺에 가면 부처님 만나기에 앞서 그의 무덤을 찾을 것이다.  

 

武松방랍 정벌 전투에서 包道에게 속아 팔 하나를 잃는다. 회군할 때 돌아오기를 거부하고 육화사에서 출가하여 清忠祖師로 일컬어진다. 10만관의 돈을 하사받아 천수를 누리니 산 해가 80년이다. 팔 하나를 잃긴 했지만 천수를 누렸다. 무송은 개인서사로는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이른바 武十回에서 펼쳐지는 사건들, 경양강에서 호랑이를 잡고, 반금련과 서문경의 죽여 형의 영전에 고하고, 십자파의 菜園子 張靑 母夜叉 孫二娘 부부를 만나 戒刀를 얻고, 열두 곳 주막에서 세 사발씩 도합 36사발의 술을 마신 뒤 쾌활림에서 蔣門神을 때려눕힌 일은 오랜 세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거리였다.

 

林沖. 방랍 정벌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뒤 풍탄(風癱, 중풍)에 걸려 杭州 六和寺에서 치료한다. 武松의 보살핌을 받다가 반년 뒤에 죽는다. 조정으로부터 忠武郎추봉된다. "수호전" 인물 중에서 한때나마 달콤한 가정생활을 누렸던 사람이다. 아내를 사랑했다. 고아내(고구의 조카)가 아내를 희롱한 것을 알고도 분을 참았는데, 끝내는 고구에 의해 누명을 쓰고 유배를 당했으며 귀여운 아내를 잃었다. 자신의 목숨도 잃을 뻔했다. 김성탄은 그를 사기의 오자서에 견주어 怨毒의 인물로 설명했다. 고구에 의해 그의 삶은 파탄나서 죽어도 가고 싶지 않던 도적떼에 가담하게 된다. 집요하게 자신을 죽이려던 육겸 일행은 죽였지만, 고구에 대해 복수하지도 못하고 중풍에 걸려 몸을 끌고 침을 흘리다가 죽다니! 가장 가여운 인물이다.   

 

阮小七. 招安 蓋天軍都統制가 되었다. 방랍의 난을 평정한 뒤 그의 용포를 입고 저자를 활보한 것이 문제가 되어 평민이 된다. 고향 양산 석갈촌으로 돌아가 노모와 고기잡이에 종사한다. 이름을 蕭恩으로 바꾼다. 딸과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간다. 가뭄으로 고기를 많이 잡지 못해 어세를 내지 못한다. 마침 자신을 찾아와있는 李俊, 倪榮과 함께 어세를 재촉하는 관리를 내쫓는다. 관가와 결탁하여 자신에게 벌을 漁覇 丁士燮 일가를 몰살시킨다. 배를 타고 떠나갔는데 자취를 알지 못한다. 어부 출신에다 등장 횟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존재감이 만만치 않으며, 순량한 백성이 도적으로 변하는 이유와 과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끝까지 관료와 맞서다가 종적을 감추는 그의 행보가 마음에 든다.

 

楊志. 전통에 빛나는 장수의 가문에서 태어나 자부심이 대단한 데다 출중한 무예를 지녔지만, 화석강 운반에 실패하고 가보인 검을 팔아야 하는 초라한 신세가 되었다. 저자거리에서 부랑아 우이의 목을 베는 장면은 독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명장면이다. 절치부심 끝에 재기의 기회를 얻었지만 이번엔 생신강 운반에 실패하면서 모진 운명에 고개를 떨군 채 결국 그토록 거부하던 도적의 무리에 가담하게 된다. 그 삶이 우수로 가득 차있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연민을 자아내게 하는 인물이다. 방랍 정벌 당시 양지는 장강을 건너고 있다가 병이 들어 丹徒縣에 머물렀다가 죽는다. 단도현 山園에 묻혔다. 그의 삶은 죽을 때까지 몰락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