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테스의 손목
검하객
2015. 12. 20. 00:54
허무의 우물 깊은 어둠 속에서
빛으로 가는 길은 세 갈래라네
신앙의 두레박에 몸을 싣거나
책임의 사다리에 올라 타거나
의미의 동아줄을 부여 잡거나
하지만 차마 어찌
허깨비에 몸을 맡기랴
하여 한겨울 동굴 속
곰 모양 화석이 되어 가는데
눈가에 느껴지는 은미한 파동
부드러워 간지러운
테스의 소매
희고도 가느다란
테스의 손목
그것은 묵시
의지로 운명을 선택하라는
파멸로 여행을 떠나가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