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단강 편지
山杏과 자작나무 (5.1)
검하객
2016. 5. 4. 18:41
틀렸다! 학교 곳곳의 매화나무로 알고 있던 나무는 山杏이었다. 산행? 산살구, 개살구? 우리가 개살구나무로 알고 있었는데, 개살구와는 품종이 달라 낯선 이름이 새로 붙은 모양이다. 학교 밖 톨게이트 가는 길 한쪽의 가로수는 자작나무인데, 며칠 전부터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자작나무, 혹한의 긴 겨울이 있는 땅에서만 자라는, 따스한 남쪽에서는 아예 뿌리를 내리지 않는 나무란다. 얇고 하얀 껍질을 지닌, 경주 천마총의 그림도 이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거라지. 이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이 나무의 껍질로 배를 만들어 그걸 樺皮船이라 했는데 본 적은 없다. 수명은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단다. 가로수들이라야 이제 나이가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것들인데, 썰매개 새끼처럼 씩씩하다. 백석의 시 <白樺>도 좋고, 여기에 백창우가 곡을 붙이고 이수진이 부른 노래도 매우 듣기 좋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온통 자작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