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단강 편지

연민의 연대 (5.19)

검하객 2016. 7. 3. 21:13

 노인과 개는 서로를 놓지 못하고, 공원은 인력이 작동하는 우주이다.


 갑자기 여름이 찾아온, 한낮의 온도가 올라간, 5.18이 일어난 지 만 스물 여섯 해가 되는 날 오후, 학교 북쪽의 공원 그늘 벤치에 잠시 몸을 쉬었다. 갑자기 오른 열에 해도 지친 듯 걸음이 무거운지, 주위의 시간이 멈추었다. 저쪽 나무의자에 노인 하나가 담배를 피우며 앉아있고, 그 밑에는 작은 개 한 마리가 엎드려 가끔 노인을 쳐다본다.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다가오자, 노인은 개를 자기 몸으로 바짝 당겼다. 조얼마 뒤 이들은 일어나 움직였고, 그 자리에는 담배꽁초 하나만이 증거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