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무중력의 유혹
검하객
2016. 8. 13. 11:05
시상식에 참석한 시인은
이미 다 말을 소진하였고
언어가 빠져나간 몸은
빈 지게마냥 허허로웠다
맛 없으면 짜지나 말든가
하나마나 한 부화한 말들이
어지러이 떠도는 속에
소록도에서 돌아가 앓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늙은 노신부 방에 써있다는
'無'라는 한 글자에서
연꽃 향기가 끼쳐오더니
너도 나처럼 될 수 있다고
며칠 전 아파트 13층 테라스 앞에서
무중력의 충동을 불러 일으킨
잠자리 한 마리가
내 무릎 위에 투명한 날개를 접고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