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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후기

검하객 2017. 1. 7. 12:38

요 며칠 작정하고 18편의 글을 읽었습니다. 초역 상태가 훌륭하여 읽기에 수월했고, 통째로 씹어보지 못한 음식인지라 그 맛이 남달랐으며, 읽으면서 글결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초역할 때는 자구와 문장 하나 하나에 신경 쓰느라 글맛을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난해구를 만나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간 적도 여러 번입니다. 어떤 날은 뻐근해진 목을 달래느라, 풀리지 않는 시 한두 구절을 챙겨 산책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몇몇 글자를 이리저리 궁글리다 보면 뜻이 풀리기도 했고, 머리가 더 무거워져 돌아온 적도 많습니다.

저는 몇 편의 산문을 읽고, 번역을 하면서 두 사람과 두 시대와 두 언어 사이의 강을 오갈 수 있었고, 덕분에 맘 맞는 사람들과 얼굴 보는 인연을 이어가고, 둘러앉아 송편을 빚듯 작고 예쁜 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만 해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합니다. 양념 적은 산중의 절밥, 여백 많은 수묵산수화, 툇마루 아래서 낮잠 자는 누렁이 모양으로, 산문이란 게 원래 담백한 물건이지요. 기교가 보이면 천박해지고, 인품과 생활도 낮달처럼만 드러나야 합니다. 산문미, 자아내기도 감상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文字香, 書卷氣라 하지 않습니까!

주석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만 달아주었습니다. 몹시 주관적이지요.(^^;;) 하여 어떤 글에는 주석이 주렁주렁 달려있지만, 대부분의 글에는 군더더기를 보태지 않았습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진도를 뽑아, 11일까지 모든 작업을 마쳐주는 것입니다. 주석 작업은 뒤에 몰아서 해도 됩니다. 알 수 없는 서양 고유어 표기, 미묘하여 확신하기 어려운 중국어 표현 등에는 빨간색으로 표시만 해두세요. 전문가를 찾아 자문하는 게 빠를 겁니다.

112차 작업이 끝나면, 1주일 정도는 목단강 선생님들이 문제들을 해결해주셔야 합니다. 원고를 모아 통째로 보내드릴 테니, 긴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작업 과정에서 드는 생각들은 그때 그때 이 공간에 메모로 남겨주세요. 작업이 잘 마무리되면 홍콩에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 즐거운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김용 선생이랑 차 한 잔, 手談 일국, 아니면 흡마신공 시전? 그 분도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