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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 (김밥집과 엘리베이터)

검하객 2017. 1. 13. 12:49


  고추멸치김밥 한 줄을 시키는데 아주머니가 아는 척을 한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절 기억하세요? 1년 동안 안 왔는데 ---."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중국이었다가, 심양이었다가, 무순이었다가, 響水河(子鄕)으로 낙착되었다. 旺淸門鎭 남쪽 10km 지점의 마을이다. 명함을 건네니, 자기도 이씨란다, 월성 이씨. 월성, 월성, 속으로 월성이란 말을 몇 번이나 되뇌이었다. 월성과 響水河라, 그저 향수하의 캉에서 하루이틀 묵고 싶어졌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노부부를 만났다. 영감님은 마나님 머리에 묻은 무엇인가를 떼어준다. 두 분 다 지팡이를 짚고 있다. 한번씩 눈짓을 주고받았다. 영감님이 마나님에게 묻는다. "몇 살이야?" 대답지 없자, 나를 보고 말한다. "나이가 금방 먹어요. 나는 88살, 이 사람은 85살." 이들의 몸에서 흘러간 세월의 강물이 문득 서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