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문장의 懸崖撒水

검하객 2017. 10. 2. 12:05


  역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司馬朗(171~217)이 일어나, 옆에서 자고 있던 아우 司馬懿(179~251)을 깨워 밝은 표정으로 말한다. "배가 고프구나!" 사마의는 얼굴이 환해지며 반문한다. "배가 고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기쁨에 젖어 밖으로 달려나가 음식을 준비하라고 명한다. 밖에는 온통 눈이 하얗게 내리고 있었다. 흥분해 있던 사마의는 문득 찬물을 뒤집어쓴 듯 표정이 굳으며 집안으로 뛰어들어간다. "형님!" "형님!"을 부르면서. 장면이 바뀌고, 두어 사건이 이어진 뒤, 이들의 아버지 司馬防(149~219)이 사마의에게 말하는 가운데, "나는 이미 아들 하나를 잃었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 죽은 하늘 하나가 바로 사마랑이다. 소생의 희망이 한뜩 높아진 뒤에 죽음을 말하는, 그러면서 장황한 상황을 모두 생략하고 몇몇 사건을 건너뛴 뒤 대사의 일부로 암시하는 기법이 훌륭하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중국 드라마 <大軍師司馬懿> 20회의 내용이다. 품격과 기교를 겸비한 드라마다. 서사의 구성은 농도와 명암 처리가 분명하고, 전개는 박진감이 있다. 대사들이 고아하고 간결하며, 세트와 의상 등의 소품이 화려하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격조가 있다. 위의 장면에서 연암, 沈復, 데라다 도라히코의 글에서 맛보았던 문장미, 懸崖撒水의 미감을 맛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