桃園結義의 환상
이튿날 桃園에 흑우와 백마 등 제물을 마련하였다. 세 사람은 분향재배하고 맹세했다. “劉備(161~223), 關羽(?~220 * 모종강 삼국연의에는 219년 58세 졸), 張飛(?~221 * 삼국연의에는 55세)는 비록 성은 각각 다르지만, 형제의 의를 맺었으니,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곤액을 도와주고, 위로는 국가에 보답하고 아래로 백성들을 편안케 하고자 합니다.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한 해 한 달 한 날에 죽기를 바랍니다. 하늘과 땅은 이 마음을 환히 비추시어,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어버리면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여주십시오.
次日, 於桃園中備下烏牛白馬祭禮等項. 三人焚香再拜而說誓曰, “念劉備, 關羽, 張飛, 雖然異姓, 既結爲兄弟, 則同心協力, 救困扶危;上報國家, 下安黎庶. 不求同年同月同日生, 只願同年同月同日死. 皇天後土, 實鑒此心, 背義忘恩, 天人共戮.” (모종강 평본 삼국연의 1회)
188년 봄날 하북 涿縣, 미투리 삼아 파는 가난한 황손 유비와 마을 토호 장비, 그리고 고향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5년째 강호를 떠돌고 있는 관우가 만나 술을 마시다가 의기가 동했다. 하여 이튿날 장비의 집 후원에 모여 형제가 되기로 했다. 一見一語, 意氣相通, 복사꽃 흩날리는 장소, 祭天의 의례, 난세의 결의형제, 우도라는 윤리와 상호불가침이라는 실리, 報國安民이라는 거창한 명분.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결탁 + 이념 공유와 세력의 형성 + 혈연과 가족, 형제 윤리 ⇒ 결의형제. 기득권층은 사석에서는 피아를 떠나 서로 형님 아우 하며 연대하고, 조폭이나 양아치들도 호형호제하며 가족처럼 결속한다. 형제가 됨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인 자연 상태에서, 내 뒤통수를 치지 않을 사람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또 이들이 하나의 혈연공동체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혈연은 불변하는 것이고, 많은 것이 용납되는 관계이며, 신성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니 형제 사이인 기업인들이 이익을 위해 불법을 자행하고, 관료나 정치인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권을 유린하고, 조폭이 안락한 생활을 위해 공갈과 폭력을 일삼아도, 용인된다. 왜? “우린 형제니까!” 이들이 모임에서 다정하게 형님 아우 하면서 술잔을 나누는 풍경만 떼어놓고 보면, 어느 것 하나 桃園結義 아닌 게 있을까! 어느 것 하나 훈훈하며 정의롭지 않은 것이 있을까! 그들도 다 윤리와 평화와 미래와 행복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