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와 죄의식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 다르고, 버는 사람과 쓰는 사람 다르며, 커피 타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 다르듯, 세상은 복잡하게 얽혀있고, 우리는 그중 극히 작은 일부를 맡을 뿐이다. 나는 내 행위를 책임지지 못하며, 알지 못하는 누군가 행위의 혜택을 입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 행위에 대한 죄과를 치르기도 한다. 그러니 개인의 독립성을 주장하거나, 자기 행위에 대학 책임진다는 태도는 교만과 무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러니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란 말은 세상사 섭리를 나타내는 명제인 셈이다. 이승만, 이명박, 박근혜, 홍준표는 저지를 뿐이고, 부끄러움은 나 또는 우리의 몫인 셈이다.
죄의식은 이런 수치감과 관련이 깊다. 그 또한 나와는 상관 없는 외부의 어디선가 오는 것이다. 나는 나를 부끄럽게 만든 행위 때문에 상처입고 고통받는(받았던) 사람들에게 어떤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니체의 말에 따르면 그건, (한 예로) 기독교 윤리가 만들어낸 병적인 심리상태, 외부의 가혹한 폭력이 공포를 일으키며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남긴 火印에 지나지 않는다.
니체가 말한 죄의식(양심)과 나의 그것은, 밖에서 와서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지배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다른 점도 있다. 니체의 그것은, 사람들의 보편 심리가 되고, 윤리의 성곽에 싸여 있으며, 지배이념 또는 주류 의식과 결부된다는 점에서 나의 그것과는 다르다. 나의 죄의식은 개인적이며, 타자를 구속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특수한 심리 증상이다. 이런 심리가 언제어떤 상처를 통해 만들어졌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쫓겨난 사람들(이산인, 디아스포라)의 후예, 流民의 遗民들, 그나마 내가 살아가며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난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 때문에 부끄럽고, 그 당사자들에게 미안하다! 이 또한 어떤 강한 이념이 내 안에 남긴 화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