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현담요해>의 맹아
김시습은 개성에서 閔澹이라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는 시 한 수를 지어 주었다. 閔澹의 정체는 분명하지 않다. 거사라 한 것으로 보아 불교에 관심이 깊었던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시에는, 24살 김시습의 학식이 예사롭지 않게 나타나고, 자부심이 넘쳐 교만했던 모습도 드러난다. 그는 1475년(41세)에 <十玄談要解>를 저술하는데, 그 맹아 또한 이 시에 보인다. 참고로 이로부터 450년 뒤인 1925년 만해는 설악산 오세암에서 <십현담주해>를 짓는다. 김시습의 불교 공부는 관서 여행을 떠나기 전 이미 적지 않은 세월에 걸쳐 상당한 수준에 올랐던 것으로 보인다. 아래 시의 제목은 <與閔居士話 (澹)>이다.
居士何年苦學玄
玄言不易向人宣
但於世上通無事
肯把人間別有天
翠柏黃花端的意
淸溪明月葛藤禪
忘緣猶有機心在
未透同安正位前
3구는 大慧 宗杲(1089~1163). “但於事上通無事, 見色聞聲不用聾.”에서, 4구는 주희(1130~1200). 「九曲棹歌 9」. “漁郎更覓桃源路, 除是人間別有天.”을 가져온 것이다. 5구의 翠柏黃花는 긍정적인 뜻으로 사용한 것이다. 세상에 그것처럼 분명한 것이 없다는. 반면 5구의 淸溪明月은 반대의 뜻이다. 葛藤禪은 口頭禪, , 野狐禪, 文字禪과 비슷하게, 말만 번드르한 선을 뜻한다. 7,8구를 풀이하기 위해서는 同安 常察(唐)의 <十玄談>을 알아야 한다. '機心'은 그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正位前' 마지막 열 번째 수의 제목으로, 판본에 따라 '一色'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동안 상찰의 <십현담>이 본디 얼마나 현묘한 뜻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매월당과 만해의 풀이가 더해지면서 우리에게는 매우 특별한 텍스트가 되었다. 시의 뜻?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