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剪燈 3, 쑤저우(蘇州)의 노래
吳郡(蘇州)의 부유한 미곡상 薛씨에게 蘭英과 蕙英 두 딸이 있는데, 총명하고 수려한데다 시도 잘 지었다. 서사의 큰 줄기는,이 자매가 昆山의 鄭生과 결연하는 과정인데, 글쎄 이건 뭐 특별하지 않다. 이보다 매력적인 건 자매가 지은「蘇臺竹枝曲」 10수이다. 자매는 楊鐵崖가 지은「西湖竹枝曲」이 크게 유행하자 자극을 받았다. “서호에 죽지곡이 있는데, 동오라고 죽지곡이 없을까!”
姑蘇臺上月團團
姑蘇臺下水潺潺
月落西邊有時出
水流東去幾時還
고소대 위엔 달이 둥글고, 그 아래론 물이 흐른다. 소주의 역사와 지형을 두 줄에 담았다. 고소대는 기원전 505년 吳王 闔呂가 짓고 뒤에 夫差가 중건했다. 부차는 오자서의 말을 듣지 않다가, 월왕 句踐에게 쫓겨 이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뜨고 지고를 반복하는 달과 흐르면 돌아오지 않는 물은, 순환하는 시간과 소멸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館娃宮中麋鹿遊
西施去泛五湖舟
香魂玉骨歸何處
不及真娘葬虎丘
館娃宮은 부차가 西施를 위해 靈巖山 위에 지어준 것이다. 이제 그곳에는 황폐하여 짐승들만 오간다. 미인계로 바쳐진 서시는 오나라가 망한 뒤 범려와 함께 떠나, 오호에서 배를 띄워 놀았다고 한다. 그런 서시는 어디에 묻혔는지? 그런데 호구산에는 정절을 지키다가 죽은 기녀 眞娘의 무덤이 있다. 서시가 아무리 아름다웠어도 이 뜻 곧은 진낭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虎丘山上塔層層
夜靜分明見佛燈
約伴燒香寺中去
自將釵釧施山僧
虎丘山 위에는 절들이 많고, 온갖 소원을 비는 사람들 때문에 밤에도 불등이 환하다. 어떤 아가씨가 님과 약속하고 향 사르러 절에 갔다가, 몸에 지니고 있던 비녀며 패옥들을 다 풀어 스님에게 시주한다.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門泊東吳萬里船
烏啼月落水如煙
寒山寺裏鍾聲早
漁火江楓惱客眠
문 밖에는 동오의 배들이 만 리에 걸쳐 정박해 있고, 달 지고 동틀 무렵이면 안개가 자욱하다. 이맘때면 寒山寺의 새벽 종소리가 울리고, 고깃배의 집어등이며 물에 어린 단풍 빛이 너무 고와서 나그네는 잠을 설친다. 張繼의 시 <楓橋夜泊>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鍾聲到客船.")을 점화하여, 한산사와 태호를 노래한 것이다.
洞庭金柑三寸黃 jīngān
笠澤銀魚一尺長
東南佳味人知少
玉食無由進尚方
동정산의 금귤과 립택의 은어는 이 지역 제일의 풍미라는데, 금귤이야 그렇지만 은어 맛은 몹시 궁금하다.
荻芽抽筍楝花開
不見河豚石首來
早起腥風滿城市
郎從海口販鮮回
갈대 싹이 돋고 죽순이 올라오고 멀구슬나무에 꽃이 피었는데, 복어와 석수어는 보이지 않는다는 건 무슨 뜻이지? 아침에 일어나면 태호와 바다에서 생선으로 성 안에 생선 비린내로 진동하는데, 우리 신랑도 바닷가에 가서 생선을 팔고 돌아오고 있을 것이다. 어부 남편을 둔 아낙에 초점을 맞춰 잡은 생활풍속도이다.
楊柳青青楊柳黃
青黃變色過年光
妾似柳絲易憔悴
郎如柳絮太顛狂
여기 저기 늘어진 버들은 푸르다가도 금방 빛이 바래니, 그 변화 가운데 세월은 잘도 흘러간다. 버들잎처럼 여인의 젊음도 쉬이 사라지는데, 님은 버들개지처럼 미친듯이 흩날린다. 김용은 어떤 산문에서, 영화 『小城之春』(페이무, 1948)이 소주의 정취를 잘 그려내고 있다며, 그곳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비, 수양버들과 살구꽃, 가랑비 속 조각배를 떠올릴 것이라고 했다. 사랑에 빠진 아가씨의 목소리로 처리했는데, 이 아가씨가 바로 난영과 혜영이다.
翡翠雙飛不待呼
鴛鴦並宿幾曾孤
生憎寶帶橋頭水
半入吳江半太湖
비취새도 짝을 짓고, 원앙도 늘 한쌍인데, 왜 나는 혼자인가! 속상한 가운데 보대교 위를 걷노라니, 그 아래 흐르는 물이 두 줄기로 나눠진다. 마치 자기 신세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밉기가 그지없다.
一綱鳳髻綠於雲
八字牙梳白似銀
斜倚朱門翹首立
往來多少斷腸人
곱게 치장한 아리따운 아가시가 붉은 대문에 기대 서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누굴까? 여염집의 처자는 아닌 듯하고, 그렇다면 기녀? 그 앞을 오가는 행인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데, 그 자태가 하도 고와서 그만 애간장이 녹는다.
百尺高樓倚碧天
闌干曲曲畫屏連
儂家自有蘇台曲
不去西湖唱采蓮
100자 높이 솟은 화려한 다락은 바로 자매의 蘭蕙聯芳之樓이다. 우리는 이 노래 열 수를 지었으니, 굳이 항주의 西湖까지 가서 채련곡을 부를 이유가 없다. 좋다, 소주 여행의 길잡이는 이 노래로 충분할 것이다. 동오에 죽지곡이 있거늘, 내 사는 곳엔 행당엔 죽지곡이 없을까보냐! 지형, 역사, 인물, 경승, 특산, 풍속, 음식, 전설, 인심 등으로 주제를 나누어 자기 고을의 죽지곡을 지어보자. 내게 있어 이야기는 이 부분에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