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剪燈 10, <太虛司法傳>을 읽는 두 방법
1. 귀신들이 판치는 세상과 강직한 관리에 대한 환상
“大異, 名奇” 이름부터 비범하다. ‘狂士’는 뜻이 크고 높으며 적극적으로 실천하려 하지만,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지식인을 뜻한다. 馮大異의 실천은 ‘鬼神’에 대한 태도로 나타난다. 귀신은 여기 저기 빌붙어서 세상을 놀래키고 풍속을 해치는 ‘두려운’ 존재이다. 풍대이는 그들을 모욕하고 배척했다. 이 귀신은 무엇일까?
전란으로 세상을 황폐하고, 날은 저무는데 한 몸 맡길 객점 하나 없다, 시름겨운 인생. [斜日西沉, 愁雲四起, 既無旅店] 할 수 없이 숲속에라도 들어가 고달픈 몸을 쉬려고 하는데, ① 온갖 괴이한 鬼物(鵂鷸, 豺狐, 群鴉, 死屍, 夜叉)들까지 나타나 나를 괴롭힌다. 시체들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갔더니, ② 더 무서운 夜叉가 나타난다. 야차를 피해 불상에 몸을 숨겼더니, ③ 불상마저 자기를 먹으려 한다. ④ 불상에서 벗어나 달아나 불빛을 보고 가보니 예의를 지키는 사람[揖讓而坐]들이 있었다. 안도하며 좋아했지만, 신체의 일부가 없는 귀신들이었고, 이들 또한 풍대이를 해치려 했다. ⑤ 끝내 鬼谷에 떨어져 그토록 부정하고 배척하던 鬼魅들로부터 온갖 형벌과 모욕을 받은 뒤, 그들의 종합적인 형상을 하고 돌아온다. 세상에서 배척되고 집에서도 소외되어, 분기를 품은 채 죽음을 맞이한다. 처절하게 파멸된 것이다.
엄밀하게 보면 馮大異는 거대한 세계, 미지의 어둠에 철저하게 패배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패배는 패배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죽음을 선택하면서 또 다른 비장한 싸움을 준비한다. 그의 말처럼 싸움이 통쾌한 승리로 끝났는지는 의문이지만, 그 비장한 戰意는 그대로 남아있다. 사후의 복수와 승리, 현세에서는 불가능함을 말한 것인가? 그에 대한 희망을 말한 것인가? 끝가지 불의에 대항하여 끝내는 정의를 실현시키는 강직한 관리에 대한 환상이자 소망인가?
2. 해소되지 않는 의문과 오해
大異 馮奇는 狂士이다. 이름부터 비범하다. ‘狂士’는 뜻이 크고 높으며 적극적으로 실천하려 하지만,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지식인을 뜻한다. 그가 지닌 ‘狂’의 면모는 귀신에 대한 부정과 배척으로 나타난다. 이는 그의 투철한 가치관이자 신념이다.
어느 날 일이 있어 이웃 마을에 가다가 도중에 날이 저물었다. 전란으로 세상을 황폐하고, 날은 저무는데 한 몸 맡길 객점 하나 없다, 할 수 없이 숲속에라도 들어가 고달픈 몸을 쉬려고 하는데, ① 온갖 괴이한 鬼物(鵂鷸, 豺狐, 群鴉, 死屍, 夜叉)들까지 나타나 나를 괴롭힌다. 시체들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갔더니, ② 더 무서운 夜叉가 나타난다. 야차를 피해 불상에 몸을 숨겼더니, ③ 불상마저 자기를 먹으려 한다. ④ 불상에서 벗어나 달아나 불빛을 보고 가보니 예의를 지키는 사람[揖讓而坐]들이 있었다. 안도하며 좋아했지만, 신체의 일부가 없는 귀신들이었고, 이들 또한 풍대이를 해치려 했다. ⑤ 끝내 鬼谷에 떨어져 그토록 부정하고 배척하던 鬼魅들로부터 온갖 형벌과 모욕을 받은 뒤, 그들의 종합적인 형상을 하고 돌아온다. 세상에서 배척되고 집에서도 소외되어, 분기를 품은 채 죽음을 맞이한다.
서사의 대부분은 풍대이가 귀신들에게 쫓기거나 협박 받거나 형벌 받거나 조롱당하는 이야기다. 시체들은 말한다. “今夜必取此人, 不然, 吾屬將有咎!” 불상은 말한다. “彼求之而不得, 吾不求而自至, 今夜好頓點心, 不用食齋也!” 신체의 일부가 없는 귀신들은 말한다. “吾輩方此酣暢, 此人大膽, 敢來沖突. 正當執之以爲脯胾耳.” 鬼谷에서 그는 ‘仇人’으로 불린다. 歸王은 말한다. “汝具五體而有知識. 豈不聞鬼神之德其盛矣乎! … 吾受汝侮久矣, 今幸相遇, 吾烏得而甘心焉.” 그들은 여러 형벌로 풍대이를 괴롭히고 조롱한다. 이를 보던 老鬼는 박장대소하며 말한다. “足下平日不信鬼怪, 今日何故作此形骸?” 그리고 선물을 주어 보내자고 제안한다. 이에 귀신들은 각자 자기의 소중한 물건들을 하나씩 내어준다. 구름을 헤치는 두 뿔, 바람을 일으키는 부리, 붉은 머리, 파란색 눈동자. 귀신의 종합 형상을 하고 돌아온 풍대이는 세상은 물론 가족으로부터도 소외된 채, 복수를 다짐하며 죽는다.
풍대이의 가치관과 신념은 그의 입장에서는 정당하지만, 귀신들은 부정되고 모욕당했다. 이 세상에는 풍대이의 신념과 지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거나 나아가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귀곡의 귀신들은 老鬼의 제안에 따라, 각자 소중한 물건을 하나씩 선물한다. 하지만 귀신의 세계에서 소중한 물건과 능력들은 인간의 세상에서는 쓸모없을뿐더러 배척당하는 요인이 된다. 결국 풍대이는 인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죽은 지 며칠 안 되어 풍대이는 天府에 소송하여 귀신들을 싹 없애버리고 太虛司法에 임명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왠지 공허하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 세상 귀신들이 모두 없어졌다는 말인가? 이야기는 “肸蠁之間, 如有靈焉.”라는 구절로 끝난다. ‘肸蠁’은 ‘끝없이 이어진’이란 뜻이다. ‘如有靈焉’은 “신령한 존재, 또는 일들이 있는 듯하다.”라는 뜻이니, 의문을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세계가 있고, 이들 사이에는 거리와 층차가 있어 서로를 잘 알지 못하며, 편협한 지식과 신념은 누군가에게 심각한 위협과 모욕이 되고, 이들 사이의 오해와 갈등은 해소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