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讀剪燈 11 - 가난한 문사의 실존과 몽상

검하객 2018. 4. 14. 16:22

 

가난한 문사의 실존과 夢想

修文舍人傳

 

학식이 많고 성품은 고결하나 가난하여 가정도 돌보지 못한 문사의 슬픈 체념! (有命, 順受) 끝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다. 남의 얘기만이 아니다. 이야기는 그의 실패와 죽음으로 시작된다. 夏顔은 그의 성향과 생애, 그리고 (希賢)까지 모두 顔回를 연상시킨다. 의아(疑訝)의 발생과 경이의 잔류! 접촉과 미지(未知)의 지속. 그리고, 北固山 甘露寺 多景樓! 의문의 해소

뇌물과 신분, 그리고 연줄이 통용되는 관리 선발, 또는 인재 등용 실태에 대한 불만과 고발. 관료 사회의 이 문제는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고질(痼疾)이다. (*채용 비리) 하지만 이승의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는데 저승이라고 다를까! 무력한 문사의 소망이거나 망상이거나. (*최영미)

立言의 의지, 몇 편의 알량한 글이 우리 삶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다. 별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한다. 그것을 자기 실존의 표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몇 줄의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으며,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걸 포기했던가! 그렇게 쓴 몇 줄의 글이 얼마만한 값어치가 있으며, 얼마나 살아남을까? 백 년 천 년은커녕 세상에 나오자마자 버려지지는 않을까? 설혹 100년을 살아남는다 한들 그게 뭐 대수인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또 나는 그 몇 줄의 글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눈길도 돌리지 못한다. 이를 문장가의 실존이라 해야 할까!

누군가에게 원고의 수습, 정리, 간행은 인생 최대의 공덕이다. 몇 권의 책! 夏顔의 다분히 무기력한 태도를 나는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아마 전등신화 20편의 인물 중에서, 작가 瞿佑의 모습이 가장 핍진하게 투영된 인물은 이 하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