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독전등 12 - 전장의 피와 꽃
검하객
2018. 4. 14. 16:24
戰場에 핀 꽃, 白骨 꿈속의 나비
綠衣人傳
趙源은 부모도 아내도 없는, 즉 가족이 하나도 없는 天涯의 고독자이다. 이러한 趙源이 귀신 綠衣人을 만나 전생에 못 다 이룬 부부의 인연을 이루고, 그 뒤에도 그 사랑(의리?)을 지킨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내용이다. 이렇게 보면 그 悲哀美는 여느 傳奇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림이나 이야기 중에는, 중심 대상이 두드러지도록 주변을 옅거나 흐리게 표현하는 기법이 있는 반면,[烘雲托月] 다른 무엇인가를 말하기 위해 표면적인 주인공이 빌려와진 경우도 있다. 가령 「백이열전(伯夷列傳)」의 표면 주인공은 伯夷지만, 이면의 주역은 孔子이고, 더 깊은 곳에는 자기 자신 司馬遷이 도사리고 있다.
「백이열전(伯夷列傳)」과 같지는 않지만, 이 이야기에서 남녀 주인공의 사연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인물은, 남송 말기 暴政과 亡國의 원흉으로 꼽히는 賈似道(1213~1275)이다. 서사의 장소는 그의 옛집 부근이고, 그는 이야기에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 슬프면서 아름다운 사연의 배경이자 원인이 된다.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고 죽어간 전장에도 꽃은 피고, 땅속에 묻힌 백골의 胡蝶雙飛 꿈도 남아있다. 난 그 꽃과 꿈의 아름다움에만 취해있을 수 없어, 피와 백골을 생각한다. 이 텍스트는 두 줄기의 서사를 전제하고, 이들의 관계를 주목해야 제대로 해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