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

24살 청년 시습의 묘향산 일상 편린

검하객 2018. 5. 21. 16:34

 

 

물길에 구름 삼백리    水雲三百里 

세월은 하나의 장정    歲月一長亭

 

시내는 산객의 꿈을 흔들고              澗搖山客夢  

바람은 선정 스님 옷에 스친다          風擺定僧衣

 

한밤중 숨은 용은 놀라 좋은 꿈 깨고   半夜蟄龍驚好夢

아침까지 산귀는 길 막혀 흐느끼누나  終朝山鬼泣途窮

 

처마 아래 스님 혼자 볕을 쬐는데  暖簷僧獨曝

나무 위선 새들이 짝지어 노닌다   高樹鳥相歡

 

돌솥에는 새로 딴 차가 끓는데 石鼎沸新茗

금로엔 푸른 연기 피오오르네  金爐生碧煙

 

   도 물으면 도 더욱 막히나       問道道愈梗

마음 살피면 마음 닦이네        觀心心更硏

 

촉나라 새 괴로이 돌아가길 재촉하며  蜀禽苦催歸

선정에 든 내 마음을 흔들어대네        撩我禪定心

 

그 안에 한 스님이 있어        中有一禿翁

앉아 청허를 공부한다네       坐學淸虛功

 

밤 밝아 마치 대낮과 같고    夜明渾似晝

구름 맑아 가을이 온 듯       雲淨恰如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