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와 의지의 부정, 노자의 몽상과 刑名 사상의 배태
3장
不尚賢, 使民不爭 :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是以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 弱其志, 強其骨.
常使民無知無欲. 使夫智者不敢爲也. 爲無爲, 則無不治.
賢人은 학식이 풍부하여 지혜가 많아 성공한 사람이다. 오늘날로 치면 세상 사람들이 흠모하는 각 분야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이름난 사업가, 법률가, 의사, 학자, 예술가 등등, ‘성공’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칭송되며 모델이 된다. 이들을 보며 사람들은 성공 신화를 꿈꾸며 무한 경쟁 속으로 돌입한다. 그 성공은 다툼[爭]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현인을 숭상하여 무한 경쟁을 조장하지 말라고 했으니, 또한 위정자나 사상가에게 말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희귀한 재화를 추구하지 말라고 한다. 희귀한 재화를 추구하면 물욕이 팽배해지고, 이 물욕은 많은 사람들을 도둑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1행의 세 번째 구절은 앞 두 구절을 추상화하여 간추린 것이다. 경쟁의 소멸, 외물에 대한 관심의 약화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인류는 경쟁과 물욕의 토대 위에서 문명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성인이 다시 등장한다. 이상적인 위정자란, 백성들의 육체를 풍요롭게 하되, 욕심과 의지를 없애거나 약화시키는 사람이다. 지적 욕구도 없애고, 재화를 이용한 풍요로운 삶도 꿈꾸지 못하게 한다. 지혜로운 이들이 새로운 일을 도모하거나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는 것도 원천 봉쇄한다. 인지와 욕망, 그리고 의지가 없는 사회를 이상적인 상태로 본 것이다. 일면 노자는 공자보다 훨씬 과격했던 사상가이다. 공자는 욕망의 조절을 기도했지만, 노자는 욕망의 무화를 주장했다.
자연에 가까운 형태의 삶을 철저하게 인위적으로 기획했다는 점에서, 노자의 사상은 꽤나 과격하다. 이것이 바로 노자의 사상이 刑名에 의해 지배되는 法家와 연결되는 이유이다. 노자의 사상이 실제 정치적으로 시도되었다면 법가 정치에 가깝게 구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 생각조차도 끊임없이 부정했던 사람이다. 또 실제로 자기 생각이 이상에 가깝다는 것도, 세상이 그렇게 바뀔 수 없다는 것도 인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