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노자
골짝의 검은 암소
검하객
2018. 8. 13. 12:21
6장 골짝에서 풀을 뜯는 검은 암소
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
‘골’[谷]은 비어있고 어두우며 바람이 나오는 곳이다. 채우거나 다투지 않아 생명의 기운이 영원히 충만하다. 죽지 않는 것은 끊임없는 생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생식을 위해서는 자기를 비워 타자를 받아들여야 한다. 마침 골짝 아래 검은 암소[玄牝]가 풀을 뜯고 있다. 저 검은 암소가 바로 영속하는 골짝 神의 표상이자 화신이다. ‘玄牝’, 매우 좋은 말이다. 이 말을 얻은 노자는 저녁 내내 몹시 흡족했다. 谷神은 玄牝이고, 현빈의 문은 천지의 뿌리이다. 모든 것이 그 안에서 잉태되고, 그 문을 통해 나와 자라며, 증식된다. 하여 생명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골짝은 애초부터 비어 있고, 현빈은 새 생명을 낳았으니 목숨이 다하면 아무 때고 편안하게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