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보후밀과 한타, 지워진 체코어

검하객 2018. 11. 4. 20:46

 
  며칠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었다. 보후밀 호라발은 1914년 태어나 1997년에 죽었다. 어려운 시절 끝내 체코를 떠나지 않았으며, 체코어로 글을 썼다. 이야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종종 밀란 쿤데라와 비교되기도 한단다. 이 책은 불어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창실) 중역인 셈이다. 이 나라에 체코어 문학작품을 번역할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인가! 작지만 작은 문제가 아니다. 힘 있는 언어만을 추앙하고 동경하는 변방성이랄까! 이 책에서 체코어는 은폐되어있는 근원이다. 헛헛한 느낌! 체코어 교재를 주문했다.
 
 주인공 한탸는 35년째 폐지 압축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일하는 가운데 종종 훌륭한 책을 건졌고, 그러면서 뜻하지 않게 교양을 얻었는데, 이는 그에게 일종의 불행이라는 행복이었다. 그는 일을 하면서 엄청난 양의 맥주 - 때로는 럼주를 섞어서 -를 마신다. 가장 자주 나오는 명제는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이다. (10여 차례) "사고하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이다,"라는 말도 1회 나온다. 이는 의심의 여지 없이,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도덕경 5장)의 인용이다. 노자의 이 말이 이 소설의 주제인 셈이다. 호라발은 서양 문학사에서 종종 보이는 "신은 있는가 없는가"라는 명제를, 노자의 말로 대체한 것이다.
 
 그는 신문에서 읽는 다양한 사건들을 비롯해 만사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늘 용서를 빌어야 하는 게 자기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자기가 이렇게 생겨먹은 것에 대해, 이런 성질을 가진 것에 대해,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까지 용서를 빌곤 했다. 그는 어떤 곳에도 여행을 가지 않는지 않는, 눈을 감고 모든 것을 보는 사람이다.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은 예수와 노자이다. 예수는 '미래를 향한 진보'를, 노자는 '근원으로의 후퇴'를 의미한다. 나중에는 그 반대 - 미래로의 후퇴, 근원으로의 진보 - 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밖에 노자의 말이 두 차례 인용되었는데, 별도의 주석은 달지 않았다. 그렇지 주석은 연구자들에게 부과된 강박이다. 한 번은 3장에서 만차를 설명하는 가운데. "만차의 삶에서 이제 제 2막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명예를 지키지 못하고 치욕을 견뎌야 하리라고 예견된 삶이었다. … 그녀는 도도하게 몸을 세운 채 레너 호텔을 떠났고, 그렇게 노자의 말도 실현되었다, 치욕을 겪고 명예를 지킨다는." "知其榮, 守其辱, 爲天下谷. 爲天下谷, 尙德乃足, 復歸於樸."을 인용한 듯하다. 한 번은 8장에서 죽음을 결정하는 가운데. "태어나는 건 나오는 것이고 죽는 건 들어가는 것이라고 노자가 말한 이유는 뭘까?"  "出生入死"(51장)를 가져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