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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위한 기획

검하객 2019. 4. 17. 11:06

중국 요녕성 본계시 환인현 이호래진 마을 앞 들판(논)은 1619년 3월 4일 하루저녁에 8.900명의 조선군이 죽은 곳으로 당시 지명은 富察이었다. 그 옆의 富山은 나머지 4,5000명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이튿날 투항한 곳이다. 그로부터 400년이 지나 당시 죽은 혼령들도 이미 옛 아픔을 잊었고, 그걸 기억하고자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누구도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으니 내가 기억해야 하고, 누구도 찾아오지 않으니 내가 지키고 있어야 한다. 들판의 잘 보이는 낮은 언덕에 두 채 집을 지을 것이다. 작은 한 채는 사당을 삼고, 다른 한 채는 민박을 할 것이다. 혹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아 구천을 헤매다가 문득 들르는 혼령이 있으면 향 사르고 한 잔 술을 권할 것이고, 혹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찾는 나그네가 있다면 따스한 방과 밥을 대접하리라. 이번 길은 집터를 찾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