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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홍
검하객
2019. 4. 22. 18:53
출근길에 차창 밖으로 영산홍이 스치듯 지나갔다. 흰 철쭉인지도 모르겠다. 문득 밉지만 버리지 못하는 서정주의 <영산홍>이 떠올랐다. 하여 읊조려보았다.
영산홍 꽃잎에는
산이 어리고
산자락에 낮잠 든
슬픈 소실댁
소실댁 툇마루에
놓인 놋요강
산 너머 바다는
보름사리 때
소금발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
아마도 시상은 '映山紅'(산이 어리어 붉다)의 질감에서 배태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른 계기로 들어와 있던 소실댁이 여기에 결합되었겠지. 놋요강과 갈매기 등의 단어는 추후에 불려온 것이고. 어쨌거나 소실댁의 슬픈 삶이 영산홍의 빛깔과 잘 어울린다. 송나라 때 시인 楊萬里는 <杜鵑花>라는 시에서 '영산홍'이란 시어를 사용했다. 철쭉이나 영산홍은 모두 두견화 과에 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철쭉과 영산홍을 구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명가의 정원이라야
봄바람 볼까
숲길 꽃들도
좋기만 한 걸
금강에는 날마다
비단이 일고
시내는 산이 어려
붉은 빛 도네
何須名苑看春風
一路山花不負儂
日日錦江呈錦樣
清溪倒照映山紅
그래, 꽃 보는 즐거움이 꼭 명가의 정원이라고 더하랴! 나는 나대로 길가의 작은 꽃들을 사랑하면 그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