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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離巢)의 풍경 - 군대 간 아들에게 1
검하객
2019. 5. 22. 12:18
새끼 수리의 두 발에 힘이 들어가자, 먼지가 일며 둥지 외벽이 살짝 내려앉았다. 절벽 위 어미의 발톱이 바위를 움켜쥐었다. 가슴 속에서 천둥 소리가 웅웅거렸다. 새끼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발을 떼지 못할 것이다, 내 날개를 믿어야 한다. 저 아래가 까마득하다, 날개 속털이 촉촉해졌다. 뒤 아니 돌아보는 새끼와 일부러 먼 곳을 보는 어미 사이, 팽팽하던 줄이 끊어졌다. 발톱 아래 바위가 부숴졌고, 둥지에선 나무가지 두어 개가 떨어졌다. 새끼는 가라앉는 듯하더니 솟구쳐 올랐고, 어미의 눈썹이 움찔했다. 어미는 짐짓 계속 먼 곳을 응시했고, 새끼는 왼쪽으로 원을 그리는 비행을 시도했다. 뜨거운 김이 뿜어나오는 어미의 콧등이 시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