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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백석의 <백화(白樺)>
검하객
2019. 12. 10. 10:19
<나는 해녀이다>를 들으니, 백석의 <백화>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노래 <자작나무>가 떠오른다. 이 시는 1938년 3월호 잡지 조광에 실린 '산중음' 네 수 중 하나이다. 27살의 백석이 부른 노래의 현장을 상상만 해야 하는, 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
山宿
여인숙이라도 국수집이다
모밀가루포대가 그득하니 쌓인 웃간은 들믄들믄 더웁기도 하다.
나는 낡은 국수분틀과 그즈런히 나가누어서
구석에 데굴데굴하는 목침들을 베어보며
이 산골에 들어오서 이 목침들에 새깜아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얼골과 생업과 마음들을 생각해본다.
饗樂
초생달이 귀신불같이 무서운 산골거리에선
첨아끝에 종이등의 불을 밝히고
찌락찌락 떡을 친다
감자떡이다
이젠 캄캄한 밤과 개울물 쇨만이다
夜半
토방에 승냥이같은 강아지가 앉은 집
부엌으론 무럭무럭 하이얀 김이 난다
자정도 훨씬 지났는데
닭을 잡고 모밀국수를 눌은다고 한다
어늬 산옆에선 캥캥 여우가 운다
白樺
산골집은 대들도보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은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넘어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