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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혐오와 적대, 배척

검하객 2020. 3. 12. 18:17

 

  해방 직후 미군정과 이승만은 친일 관료들을 중용했고, 조선인들의 불만과 배일 의식을 공산당과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돌렸으며, 한국전쟁은 그러한 의식을 고착시켰다. 전쟁을 치르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에 대한 그것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후 냉전 흐름 속에서 정권은 남한, 미국 (일본) / 북한, 중국, 소련의 절대 적대 구도를 만들고 이를 권력의 지렛대로 삼았다. 이 와중에 일본은 슬며시 우리 편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 박정희 정권은 독재를 위하여 내부를 다시 분리하여 혐오와 적대감을 부축였는데, 이때 분리된 내부의 적이 '호남'이다. 권력은 내부의 저편인 호남을 북한과 연계하는 조작을 일삼았는데, 그것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극단적으로 표출되었다. 군부독재가 끝난 뒤에도 신한국당 -> 한나라당 -> 새누리당 -> 자유한국당 -> 미래통합당으로 이어지는 정당은 그러한 '분리, 혐오, 적대, 배척'의 프레임을 전략으로 구사했고, 여기에 '경제'를 전가의 보도로 내세웠다. 경제는 박정희 시절의 성장을 연상시켜 당대를 겪은 국민들들의 무의식을 사로잡았다. 사실 그 경제의 성장도 개발독재의 산물로 심각한 페해를 지니고 있지만, 이미 박정희 신화에 젖은 국민들은 그걸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했고, 개발독재의 열매를 포식한 대기업과 주류 언론, 그리고 기독교 단체도 거기에 동조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시민의식의 성장으로 호남에 대한 비하가 어려워지자 그 대상은 당시 대거 유입되기 시작한 '조선족'으로 옮겨갔다.

일본과의 종속적 허위 연대는 암암리에 유지되었고, 박근혜와 그 일당은 관성에 따라 10억엔을 받고 위안부 문제를 불가역적 사안으로 종식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4.19 이후 수많은 피를 흘리며 성장한 시민의식과 민주의식을 과소평가했다. 박근혜는 무리하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세월호 대처로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탄핵된다. (* 박근혜 탄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일보였다.) 보수 기득권 세력은 와해 직전까지 갔지만 와해되지는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보수언론과 재벌기업 그리고 기독교 단체와 연대하여 재기를 꿈꾸고 있다. 그들은 또 여전히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가 사용한 오랜 프레임을 고집하고 있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에도 그들은 오히려 일본을 두둔했으며, 코로나 19가 발발하자 반대로 중국인 입국 제한을 주장하며 비난의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리고 있다.

왜 그들은 늘 이런 식일까? 남한, 미국, 일본 / 북한, 중국 (소련)의 피아 적대 구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시위에서 성조기를 드는 이유이고, 중국을 걸고 넘어지는 이유이며, 숨어서 중국교포를 비하하는 이유이다. 또 그들이 정부를 좌파, 종북, 사회주의로 매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분리한다. 한반도에서는 남북을 분리하고, 남쪽에서는 동서를 분리하고, 해외 동포들은 중국과 비중국으로 분리하여, 한쪽을 혐오하고 비하하며 배척한다. 이유는 단 하나, 권력을 잡고 누리기 위해서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과거로 돌아가도 상관없고, 전쟁이 일어나도 괜찮으며, 일본에 다시 무릎을 꿇어도 좋다는, 저급하고 천박한 위험한 암세포 집단이다. 기업과 언론과 종교 단체는 바뀔 수 있지만, 이들이 존속하는 한 도로아미타불이다. 미래통합당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이들이 있는 한 역사는 힘겨운 진퇴를 거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