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만
쓰다 보니 하나마나 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쓰기도 그렇고, 애써 짜낸 글인데 버릴 수도 없어, 어차피 폐기되겠지만 왠지 가엽고 불쌍하여 지우지 못하고 이렇게.
문자의 발명과 사용은 문명사 대전환의 계기였으며, 수천 년 동안 인류 문명을 만들어왔다. 지난 시기 문자의 수준은 문화의 크기 및 문명의 높이를 결정했다. 문자 문화가 비문자 문화를 흡수했고, 강한 문자 문화가 약한 문자 문화를 지배했다. 이제 인류는 문자 기반의 단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명의 차원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문자의 운명, 문자체계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러한 변화는 각각의 문자 문화에 다른 도전이 된다. 세계의 모든 문자 문화는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는 동시에, 여타의 문자 문화와 협력·상생, 경쟁·대결하면서 생존과 발전의 전략을 찾아야 한다.
새롭게 전개될 기술 문명에서 인류의 경험과 성과가 한 곳에 집중되는 중심화 현상이 일어나고, 이는 예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중심/주변의 구도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기술의 차원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문명은 문자 문명의 토대 위에서, 문자 문명의 성과를 내용으로 구축될 것이다. 이는 높은 기술 수준과 문자 문명의 역량을 갖춘 사회가 새로운 문명의 중심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가까운 미래에 근대의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 문자 역량을 결집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글은 익히고 사용하기가 견줄 데 없이 쉬운 문자이지만, 그 안에 수많은 외래 요소들을 품은 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해하기에 단순한 세계가 아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문해력이 심각해진 이유이며, 동시에 한국어 문자에 대한 학문적 재정립이 필요한 근거이다. 본 교육팀은 한국어의 문자 역량을 결집하여 디지털 패권 전쟁을 대비하려고 한다. 모든 전환점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본 한국어 문장학 팀은 이러한 현실의 진단과 방향 모색을 연구와 교육 두 차원에서 진행하고자 한다.
"고3 때 우연히 생활기록부를 봤는데, 어디어디에서 기아로 발견되었대요."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건물 안에 버려줘서 고마워요!" "재는 그래도 강남에서 발견되었대요." TV에서 고아로 자란 소녀들(22살)이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버려진 내력과 보육 시설에서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어제 밤 두리에게서 들은 청주 시설의 아이들도 떠오르고. 발견된다는 게 뭘까? 생각이 여기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