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大觀, 쾌활한 여인 황진이
심의가 송도로 서화담을 방문했을 때, 화담은 젊은 여인과 함께 있었다. 그 여인이 황진이다. 화담이 심의를 소개하자,
그 여자는 심의를 향하여 잠깐 머리를 숙이고,
“저는 송도의 진이(眞伊)올시다. 나으리의 대관부 소관부는 선생님이 가르쳐 주셔서 읽었습니다.”
하고 별같이 밝은 눈 속에 봄기운 같은 웃음을 띠니 심의는
“소철(蘇轍, 1039~1112)이가 한기(韓琦, 1008~1075)를 보고 천하의 대관을 다하였다고 했다더니 심이는 진낭(眞娘)을 보고 천하의 대관을 다한 셈이다.”
고 허허 웃었다.
여기서 천하의 대관이니 하는 말은 1057년 열아홉 살의 蘇轍(1039~1112)이이 한기(韓琦, 1008~1075)에게 보낸 편지 <上樞密韓太尉書>(1057)에 나오는 이야기다.
바라건대 현인의 빛나는 모습을 뵙고 한 말씀을 들어 스스로 굳세어지고자 합니다. 그런 뒤에라야 천하의 大觀을 다하여 서운함이 없을 것입니다. 願得觀賢人之光耀, 聞一言以自壯, 然後可以盡天下之大觀而無憾者矣.
소철이 한기를 본 것은 아니고, 자신의 문장에 대한 생각을 펼쳐보이며 한 번 뵙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大觀이란 천하의 현인재사를 가리킨다. 심의의 눈길이 자꾸 황진이에게로 향하는 걸 화담이 놀리자, 심의는
“눈이 저절로 가는 것을 내가 금치 못할 뿐이야.”
하고 또 다시 허허 웃는다. 그러자 진이는,
“非我也라, 眸也로다.” 하고 깔깔 웃었다.
이 말은 맹자에 나오는 "非我也, 兵也."를 활용한 것이다. 하루가 지난 뒤 심의가 진이를 낮춰 보는 말을 하자 화담은 이렇게 되받는다.
“진이가 저의 맘대로 장난을 치는 것이 눈에 세상이 비어 보이는 까닭이야. ---.”
진이 또한 홍명희의 투영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