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언제나 조금씩 늦다

검하객 2020. 8. 16. 18:57

「우리들의 조부님」(1982), 「먼 훗날」(1984), 「지나가는 바람에」(1984), 「귀향」(1982), 「어린 영웅담 - 열전 1」(1983), 「씌어지지 않은 비문 - 열전 2」(1983)은 "용마의 꿈에"(문학과지성사, 1984)에 실려있는 , 나의 대학 1,2학년 시절에 지어진 현길언의 단편들이다. 대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며, 주인공의 나이는 40대 초반이다. 이야기는 모두 1948,9년에 제주에서 겪은 가족사이다. 아버지 부재, 할머니의 피살, 삼촌(또는 그 항렬)들의 죽음(학병, 4.3, 한국전쟁). 그러니 사건은 두 시점 사이를 오가며 펼쳐진다. 현길언은 내가 다닌 학교의 교수였지만 캠퍼스가 달라, 대학원 시절에는 전공이 달라 수업을 들은 적이 없다. 그래도 우리 사이엔 인연이 아주 없지는 않다. 아내가 선생의 지도제자이고, 난 선생의 소개로 모 대학 모 박물관에서 모 선생을 모시고 2년을 일한 적이 있다. 선생은 아내를 통해 내게 글을 쓰면 좋겠다는 권유를 여러 차례 해왔고, 또 모 선생이 매우 칭찬하더라는 말도 전해왔다.. 하지만 접촉할 일은 없었으니, 아마 선생이 장로일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으며, 술을 드시지 않은 게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선생은 올해 돌아가셨다. 그 뒤 올해 7월, 난 선생의 이 소설들을 읽었다. 읽으면서, 선생이 살아계셨으면 참 여쭤볼 일이 많았을 텐데 하며 몹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조금 늦거나 이르거나, 세상 수많은 인연들은 이렇게 조금씩 빗나간다. 그렇게 가까이 있었고 또 기회가 많았음에도, 난 뒤늦게 이런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