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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의 크기와 붓

검하객 2020. 9. 1. 10:38

  폴 고갱(1848~1903)은 1883년 전업 화가의 길을 선택하지만 곧 생활고에 시달린다. 생활고에 시달린 이들 가족은 코펜하겐 부인의 친정으로 돌아간다. 아래 그림은 1884년 처가 다락방에 살던 시절의 자화상이란다. 옛 사람들은 뛰어난 문재를 지닌 인물을 서까래 붓[椽筆]으로 표현하곤 했다. 붓의 크기로 문장 능력을 나타낸 것이다. 아래 고갱이 매우 위축되어 있던 시절의 그림인데, 사람들은 실처럼 가는 붓으로 당시 그의 존재감, 자의식의 상태를 측정한다. 뒷날 고갱은 그림 그리는 고흐의 모습을 그렸는데, 고흐가 들고 있는 붓의 크기를 가지고 고갱이 고흐를 조롱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걸로 따지면 내 손에는 몽당연필 한 자루가 들려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