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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의 최인훈

검하객 2020. 9. 30. 11:26

  27살의 최인훈은, 인류의 망각 본능, 이걸 악용하여 사람들의 의식을 통제하는 사악한 권력, 그리고 거기에 놀아나는 비열한 언론의 생리를 꿰뚫어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오래 기억 못 합니다. 민중처럼 잘 잊어버리는 사람들도 없지요. 어제의 매국노(賣國奴)오늘의 애국자래도 곧이 듣습니다. 어제의 쉬르레알리스트(surrealist, 초현실주의자)구렁이 담 넘듯 온건한 레알리스트(realist)바뀌어도 그들은 알아보지 못합니다. 신문이 그렇게 말하면 그만입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독자란 예술가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안다고 했다지만 지금은 예술가 대신에 신문기자의 시댑니다. 귀중한 목숨. 사람의 팔다리가 데굴데굴 구른다는 얘기도 한두 번이지 세월이 가면 물립니다. 어머니들은 외아들의 전사를 잊어버리고 자선사업과 양로 구락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합니다.

 

"구운몽" (1962) 속 찻집의 청년이 읽은 성명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