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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개 작전
검하객
2020. 12. 27. 12:20
미친개 작전이라는 게 있다. 마을 사람들을 길들이거나 쫓아내고 싶은데 고분고분하지 않을 경우, 슬쩍 미친개 한 마리를 풀어놓는 것이다. 밥만 듬뿍 주고 쓰다듬어주면 말 잘 듣는, 똥 잘 싸고 덩치 큰 마련한 놈으로. 이 놈이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똥 싸대고 늙은이 아녀자에게 두어 번 으르렁거리면 사람들이 문 밖 출입을 못한다. 참다 못한 장정들이 돌을 던지고 몽둥이질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주인이 나타나 동물 학대, 사유재산 침해로 고소한다. 경찰이 나타나고 소환장이 발부된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그게 아니라고 웅성대며 항의를 해보지만 그뿐. 사람들은 꼼짝없이 벌금을 내고 돈이 없으면 구류를 산다. 그리고 돌아오면 다시 미친개가 돌아다닌다. 이러기를 두어 번 반복하면 사람들은 분개하다가, 걱정하다가, 한탄하다가, 끝내는 무기력해져 자포자기하게 된다. 어떤이는 떠나고, 어떤이는 남아 노예가 되는 것이다. 미친개의 운명은? 일이 이루어지면 미친개는 술안주 개장국이 되는데, 세상 어느 누구도 이 개를 궁금해하거나 기억하지 않는다. 지금 동네에 그런 개 한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