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대 초 제주 해녀의 실상
潛女說 (1706년 제주 유배)
김춘택(1670~1717), 북헌집 권 13, 囚海錄
잠녀(潛女)라는 이가 있다. 물속에 들어가 미역이나 전복 따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 전복을 따는 일은 미역 채취보다 훨씬 어렵고 힘들다는데. 얼굴은 검게 타고 말랐으며, 죽지 못해 사는 기색이 있었다. 그를 위로하며 그 일의 실상에 대해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포구에 나가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피웁니다. 옷을 다 벗고 가슴에 바가지(테왁)를 붙이고 거기에 망사리를 묶고는, 예전에 채취했던 전복의 껍질을 가득 채웁니다. 손에는 빗창을 쥐고 물결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따라 물속에 잠깁니다. 바닥까지 내려가면 한 손으로 바위를 쓰다듬어 전복을 찾아냅니다. 바위 위의 전복은 단단한 데다 껍데기째 붙어 있지요. 단단하기 때문에 한 번에 떨어지지 않고. 엎드린 까닭에 그 빛이 검어 바위와 구분되지 않습니다. 전복 껍질을 뒤집어 올려두어 표시를 해둡니다. 그 속이 환히 빛나기 때문에 물 속에서도 분간할 수 있답니다. 이때 숨이 가빠지면 곧바로 나와 테왁을 끌어안고 숨 호흡을 합니다. 길게 숨을 내뱉는 소리가 한참 이어지는데, 그렇게 하기를 셀 수 없을 정도로 한 뒤에야 살아압니다. 그럼 다시 물속에 들어가 전에 표시해둔 곳에 가서 빗창으로 전복을 따서 망사리에 넣고 나옵니다. 갯가로 나오면 한기에 온몸이 떨려 견딜 수가 없습니다. 유월도 예외가 아니니, 모닥불에 가서 몸을 녹인 뒤에야 살아납니다. 한 번 잠수에 전복을 찾지 못하고, 두 번 잠수해서도 전복을 따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복 하나를 따는데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물밑 바위가 날카로우면 거기 찔려 죽기도 하고, 독충에 물려 죽기도 합니다. 예전 함께 일했던 사람 중에는, 질식해 죽고 체온이 떨어져 죽고 바위에 찔리거나 독충에 물려 죽은 이들이 즐비합니다. 저는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번 제 낯빛을 보십시오.”
그 말에 몹시 안스러운 생각이 드는데, 다시 다가서며 말을 잇는다.
“공께서는 전복 채취의 어려움만 아시지 전복을 사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건 모르실 겁니다.”
내가 물었다.
“전복을 따는 사람이, 자기에게서 전복을 사다니, 어찌 된 영문인가요?”
그가 말했다.
“저는 하찮은 백성이고, 전복은 귀한 식재료입니다. 하찮은 백성이 귀한 식재료를 채취하여 공물로 바치고, 여러 관인들의 음식을 준비하고, 또 관인들이 마음 쓰는 사람들에게 대니, 이것이 저의 직분입니다. 제 의식 밑천으로 삼지 못하더라도, 언제나 관인과 그가 마음 쓰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비록 직분이 낮아도 저보다는 높으니,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있으며, 아프다고 감히 한탄할 수 있겠습니까! 관인은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 말을 따르지 않을까, 그의 마음에 차지 않는 게 있을까 걱정합니다. 그 천박하고 비루함은 저와 다를 게 없지만, 붉은 분을 칠하고 비단옷을 입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관인의 사랑을 받는다는 이유로 제가 딴 전복이 늘 그에게 모이고, 그가 관인의 말을 잘 따른 까닭에 제게는 세금 독촉이 끊이지 않으니, 가득 꽉 차게 모이기를 기필합니다. 이제 충분히 모였다고 판단되면 흩어 팔아 재산을 늘립니다. 제가 혹 몸이라도 아파 전복을 딸 수 없는 상황이거나, 채취를 시도했지만 얻지 못할 때도 있는데, 빗발같은 세금 독촉에 밀려 그만 그 총애 받는 사람이 모아놓은 곳에 가 전복을 사서 관에 납품합니다. 물건을 팔고 사는 것은 각각 얻고자 하는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헌제 지금 저의 형세는 사지 않을 수 없어 사는 형편이기 때문에 값을 최대한 높여 받습니다. 나는 비산 값으로 전복을 사느라 그만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전복은 하나인데, 전복 채취의 우환은 제 한 몸에 미치고, 전복을 사는 화액은 가족도 보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곤궁하고 난감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태산의 범 사냥이나, 영주에서 뱀을 잡는 일에는 다행히 가혹한 정치와 잔혹한 세금이 없거늘, 그대는 전복을 따고 또 그걸 사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으니 참으로 가엽습니다!”
有所謂潛女者, 業潛水採藿或採鰒. 然採鰒比採藿, 甚難而苦有過之, 其容黧悴, 有憂困求死之狀. 余爲勞之, 仍問其事之詳. 對曰,
吾就浦邊, 置薪而爇火, 吾赤吾身, 着匏於胸, 以繩囊繫於匏. 以舊所採者鰒之甲, 盛于囊. 手持鐵尖, 以游以泳, 遂以潛焉. 及乎水底, 以一手撫其厓石, 知其有鰒, 而鰒之黏於石者, 堅而以甲伏焉. 堅故不可卽採, 伏故其色黑, 與石混. 乃以舊甲, 仰而置之, 以識其處, 爲其裏面光明, 在水中可察見也. 於是吾氣甚急, 卽出而抱其匏以息之, 其聲劃然久者, 不知凡幾, 然後得生. 遂復潛焉, 以赴其嘗識處, 以鐵尖採之, 納於繩囊而出, 至浦邊則寒凍, 戰慄不可堪. 雖六月亦然, 遂就溫於薪火以得生. 或一潛不見鰒, 再潛不果採者有之. 凡採一鰒, 其幾死者多. 且水底之石, 或廉利, 觸之則死. 其虫蛇惡物, 噬之則死. 故與吾同業者, 以急死, 以寒死, 以石與虫物死者相望. 吾雖幸生而苦病焉, 試觀吾容色也. 余爲之憫然.
又前而言曰, 公知採鰒之難, 不知吾買鰒之甚難. 余曰, 汝今採鰒人, 且從汝而買, 何汝之自買爲? 曰, 吾小民也, 鰒美味也. 以小民取美味, 以充上供, 以備諸官人之食, 又以給諸官人之所餽於人者, 是吾職也. 吾雖不得以爲吾衣食之資, 每思官人與其所餽之人者, 雖其最下, 當有加於吾, 吾敢不恭, 雖病敢以恨乎! 惟諸官人之所甚寵, 而惟恐其言之不從, 其欲之不能滿者, 其賤而可鄙, 無以異於吾, 惟塗朱粉被錦綺. 異矣, 而以寵之故, 吾之鰒, 常爲其所聚. 以言之從故, 尤徵督不已, 必其多聚而滿, 欲以聚之多, 故散而賣之, 以益其富. 吾苟病不能採, 或採而無所得, 而被徵督之迫焉, 則時就其所聚而買之, 還以輸於官. 夫賣與買, 各以所欲也, 今知吾之勢, 不得不買, 故極其價之高而售之, 吾於是破産焉. 鰒一也而其採之患, 則止於吾身, 其買之禍, 則家族皆且不保, 吾豈不大困而甚難哉!
余以謂, 泰山之虎, 永州之蛇, 幸無苛政虐賦, 今汝兼有採鰒買鰒之苦, 誠可憫也已.
말이나 되는 건지 모르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