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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들이는 張力, 불친절의 편안함 (운명이 엮이는 방식)

검하객 2021. 3. 1. 16:37

  제인 에어는 그의 불친절함과 제멋대로임에 끌린다. 그는 제인 에어의 웃음기 없는 표정과 굳게 다문 입에 마음을 연다. 둘은 서로를 밀어내면서 끌어들이고, 서로의 불친절함 또는 예의 없음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이 만남을 계기로 제인 제어의 몸에는 어떤 알지 못할 뜨거운 기운이 생긴다.  

 

  내가 말을 걸었을 때 이 낯선 사람이 내게 미소를 지어 주고 상냥하게 대해 주었다면, 그가 도와주겠다는 내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고마워하면서 사양했다면, 나는 내 길을 갔을 테고 다시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갖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손의 찡그린 얼굴과 무뚝뚝한 태도에 나는 안심했다. 그가 내게 가라고 손을 저었을 때 나는 꼼짝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이 말에 오를 수 있을 만큼 괜찮은 건지 볼 때까지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이런 한적한 길에 당신을 혼자 두고 갈 수 없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전에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내 생각에는 당신이야말로 집에 돌아가야 할 것 같소.” 그가 말했다. “집이 이 근처라면 말이오. 어디서 왔소?”

  “바로 저 아래서요. 달이 떠 있으면 늦게까지 밖에 있어도 무섭지 않아요. 원하신다면 당신을 위해 헤이까지 기꺼이 뛰어갈 수 있어요. 사실 그곳에 편지를 부치러 가는 중이거든요.”

  …

  그가 박차를 가하자 말이 먼저 움찔하며 뒷발로 서더니 달려가버렸다. 개가 그를 쫓아 달려갔다. 셋 모두 사라졌다.

 

  황야에서 거친 바람에

  소용돌이치는 히스처럼 

 

  나는 토시를 집어 들고 길을 계속 갔다. 내게 사건이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그것은 중요하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으며, 어떤 의미에서 전혀 재미도 없는 사건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은 단조로운 삶 가운데 단 한 시간으로 변화의 흔적을 남겼다. 내 도움이 필요했고 나는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내가 도움을 주고 뭔가를 했다는 사실이 기뻤다.

  달이 장중한 속도로 하늘을 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멀리, 저 아래로 멀어지는 언덕 꼭대기를 떠나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깜깜한 하늘의 정점을 향해 치솟으면서 달이 눈을 들어 위를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달이 가는 길을 그대로 뒤따르는 반짝이는 별들을 보자 내 마음도 떨리고 피가 뜨거워졌다. 작은 것들이 우리를 다시 지상으로 불러들인다. 홀에 있는 시계가 울렸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달과 별들에게서 몸을 돌려 옆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183~188)

 

  나는 매우 안심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가 깍듯하게 예를 갖춰 맞았다면 아마 나는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