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들이는 張力, 불친절의 편안함 (운명이 엮이는 방식)
제인 에어는 그의 불친절함과 제멋대로임에 끌린다. 그는 제인 에어의 웃음기 없는 표정과 굳게 다문 입에 마음을 연다. 둘은 서로를 밀어내면서 끌어들이고, 서로의 불친절함 또는 예의 없음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이 만남을 계기로 제인 제어의 몸에는 어떤 알지 못할 뜨거운 기운이 생긴다.
내가 말을 걸었을 때 이 낯선 사람이 내게 미소를 지어 주고 상냥하게 대해 주었다면, 그가 도와주겠다는 내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고마워하면서 사양했다면, 나는 내 길을 갔을 테고 다시 물어봐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갖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손의 찡그린 얼굴과 무뚝뚝한 태도에 나는 안심했다. 그가 내게 가라고 손을 저었을 때 나는 꼼짝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이 말에 오를 수 있을 만큼 괜찮은 건지 볼 때까지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이런 한적한 길에 당신을 혼자 두고 갈 수 없어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전에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내 생각에는 당신이야말로 집에 돌아가야 할 것 같소.” 그가 말했다. “집이 이 근처라면 말이오. 어디서 왔소?”
“바로 저 아래서요. 달이 떠 있으면 늦게까지 밖에 있어도 무섭지 않아요. 원하신다면 당신을 위해 헤이까지 기꺼이 뛰어갈 수 있어요. 사실 그곳에 편지를 부치러 가는 중이거든요.”
…
그가 박차를 가하자 말이 먼저 움찔하며 뒷발로 서더니 달려가버렸다. 개가 그를 쫓아 달려갔다. 셋 모두 사라졌다.
황야에서 거친 바람에
소용돌이치는 히스처럼
나는 토시를 집어 들고 길을 계속 갔다. 내게 사건이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그것은 중요하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으며, 어떤 의미에서 전혀 재미도 없는 사건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은 단조로운 삶 가운데 단 한 시간으로 변화의 흔적을 남겼다. 내 도움이 필요했고 나는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내가 도움을 주고 뭔가를 했다는 사실이 기뻤다.
…
달이 장중한 속도로 하늘을 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멀리, 저 아래로 멀어지는 언덕 꼭대기를 떠나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깜깜한 하늘의 정점을 향해 치솟으면서 달이 눈을 들어 위를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달이 가는 길을 그대로 뒤따르는 반짝이는 별들을 보자 내 마음도 떨리고 피가 뜨거워졌다. 작은 것들이 우리를 다시 지상으로 불러들인다. 홀에 있는 시계가 울렸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달과 별들에게서 몸을 돌려 옆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183~188쪽)
나는 매우 안심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가 깍듯하게 예를 갖춰 맞았다면 아마 나는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1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