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과(전남 곡성군 옥과면) 요모조모
옥과에 내려 처음 놀란 건 대학(전남과학대)이었다. 면소재지로선 드물게 대학이 있는 마을이다. 대학이 들어선 이유는 입지가 좋기 때문일 터이다. 노선을 보니 광주, 곡성은 물론이고 담양, 순창, 남원 가는 버스가 있다. 지도를 보니 광주, 순창, 담양, 곡성, 화순으로 둘러 싸여 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여기 땅값이 광주에 버금갈 정도로 비싸단다. 밥집에서 만난 두 아주머니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자부심인가, 시골이지만 우습게 보지 말라는!? 하지만 길거리가 불결한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점들은 집 앞 쓰레기도 치우지 않는가 보다. 오산 가는 길가의 무인모텔들의 모습은 흉물스러웠다. (그중 한 곳에서 묵기는 했지만)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소도읍의 이런 분위기, 난 별로다.
향교가 잘 보존되어 있어, 예전에는 꽤 마을 규모가 큰 현이었음을 말해준다. 성황당 안내표지판이 있어 마을을 한 바퀴 돌았는데, 도무지 작은 마을에서 여기를 아는 사람이 없다, 택시기사조차도. 이튿날 다시 찾아보니 마을회관(노인정) 옆에 떡하니 있지 않은가! 헌데 코로나 시국이라 대문을 자물쇠로 잠궈놓아 들어가볼 수가 없었다. 먼 발치에서 보니 편액은 城皇祠이고, 그 옆에 별도의 건물 玉山祠가 있다. 성황사 안에 남녀 목조신상이 있다고 하여 보고 싶었지만, 담을 넘을 용기는 없어 포기했다. 고려 시대 이루어지지 않은 남녀 애정 설화가 전해지며, 무속 신앙의 장소였던 모양이다. 마을 사람들은 왜 이곳을 모를까? 달리 부르는 이름이 있으려나. 옥산사가 뭐 하는 곳인지는 소개가 없다.
관음사 행 버스는 3회 운행한다. 옥과에서 6시 30분, 9시 10분, 12시 30분에 출발한다. 농어촌 버스로, 요금은 일괄 천 원이다. 중간에 오산면에서 함안 마을, 율촌 마을에 들어갔다가 나온다. (이상하게 돌아갈 때는 들르지 않았다.) 옥과와 오산 사이에 신당 같은 건물이 있어 보니 武侯祠라 씌인 표지판이 서있다. 웬 무후사? 찾아보니 제갈량의 후손들이 여기 모여 살며 조상을 기리는 사당을 세운 것이란다. 제갈량에게 어떤 후손이 있었고, 그 후손이 언제 이 땅에 왔을까?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 내력이 궁금하다. 율촌 마을에 들어서는데 동구에 새끼줄(?)을 두른 선돌이 하나 서있다. 10여m 조금 떨어진 곳 논가에도 작은 인면형 입석이 서있는 듯한데, 버스에게 갑자기 내릴 수가 없어 아쉬움을 품은 채 지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