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 노예 조지의 항변, 위대한 잗단 이야기
Uncle Tom’s Cabin (1852)
해리엇 비처 스토(1811~1896), 이종인 옮김, 문학동네, 2011
11장은 켄터키의 어느 한 바에서 도망 노예 조지(버틀러라는 가명을 사용함)와 그가 일하던 공장 주인 윌슨이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목은 〈물건의 물건답지 않은 생각〉이다. 다소 느슨하게 읽던 나는 여기 이르러 자세를 고쳐 앉았고, 글자 눈에 힘을 주어 한 글자 한 글자를 보았다. 윌슨은 종교의 가르침과 국가의 법률을 들어 조지를 타이르지만, 조지는 신과 법이 자기 같은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항변한다. 윌슨은 끝내 조지의 말에 수긍하고 그를 격려한다. 이 소설이 1860년 남북전쟁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말이 여기 와서야 이해되었다. 아래는 조지의 말들이다.
“제 나라라고요?” 조지가 아주 쓸쓸한 어조로 말했다. “제게 무슨 나라가 있습니까? 무덤을 제외하고는. 차라리 무덤에 들어가버리고 싶다고 하느님께 말한 게 얼마나 여러 번인지 모릅니다.” (200)
“윌슨 사장님, 그런 식으로 성격을 인용하지 마세요.” 조지가 눈빛을 번들거리며 말했다. “제 아내는 기독교 신자이고, 또 저도 캐나다에 도착하면 신자가 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저처럼 고단한 자에게 성경을 인용한다는 건 성경을 아예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 (201)
“인디언들이 사장님을 포로로 잡아서 처자식과 떼어놓은 채 사장님에게 평생 동안 호미질만 시킨다면, 그런 상태에서 묵묵히 지내는 것이 의무이며 그것이 부르심을 받은 상태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차라리 지나가는 말에 올라타 도망치는 것이 주님의 뜻이 아닐까요?” (201)
“나의 나라라고요? 윌슨 사장님, 사장님은 나라가 있지만 제게 무슨 나라가 있습니까? 저처럼 노예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자들이 무슨 나라입니까? 우리에게 무슨 법이 있습니까? 우리는 그 법을 만들지도 않았고, 동의하지 않았고, 그런 법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그 법은 우리를 깨부수고 우리를 짓누를 뿐입니니다. ….” (202, 203)
“… 제게는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사장님처럼 켄터키 신사였습니다. 하지만 그 아버지는 저를 대단치 않게 생각했고, 죽을 때 영지의 채권자와 상속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유언장에다 저와 개들과 말들을 팔아 넘기라고 유언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일곱 아이와 함께 유언집행 공매에 붙여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하나하나 다른 주인들에게 팔려갔습니다. 저는 그 일곱 아이의 막내였습니다. 어머니는 어떤 늙은 나리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부탁했습니다. 자식들 중에 하나라도 곁에 두고 싶다며 제발 어머니와 저를 함께 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늙은 나리는 무거운 장화로 어머니를 걷어찼습니다. 제 눈으로 그 광경을 직접 보았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어머니의 신음과 비명 소리였습니다. 저는 그 늙은 나리의 말에 묶여 그의 집으로 갔습니다.” (203, 204)
“… 과연 이런 게 ‘제’ 나라의 법률입니까? 사장님, 저는 아버지가 없듯이 조국도 없습니다. … 저는 마지막 숨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 저의 자유를 위해 싸울 겁니다. 사장님은 선조들이 자유를 위해 싸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한 행동이 옳다면 제 행동도 옳습니다.” (206)
“… 이 나라의 법은 집안의 가장이 빚을 갚기 위하여 어린아리를 어머니의 품 안에서 떼어내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207)
“평생 동안 수많은 끔찍한 일을 겪으면서 하느님은 없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기독교 신자들은 우리가 그런 험한 일을 겪으면서 어떤 심정이 되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 (211)
윌슨은 조지 말에 공명하여 자신의 오랜 신념을 포기한다. 영화 〈서프러제트〉에서 주인공 모드 와츠가 한 말이 떠오른다. "법이 방해하면 싸워 법을 바꿀 겁니다." "내가 만든 법이 아니니 내겐 의미가 없어요." 내 사전에서 지워버린 형용사 하나가 모습을 나타낸다.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