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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With An "E", 드라마의 '드라마틱'

검하객 2021. 12. 14. 17:22

  극적(劇的)', '드라마틱(dramatic)',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다. 그 의미는 대개 '역동성이 있다', '생생함이 넘친다', '예기치 못한 반전이 있다' 등의 의미를 지닌다. 무대 위 연극이 그렇다는 말이다. 드라마가 그 주요 무대를 영상으로 바꾼지는 오래이다. 드라마 AnnE With An "E"(2017~2019)를 보면 '드라마틱'이란 말이 실감난다. 소설 Anne Of Green Gables가 시종 그 시선을 앤에게서 멀리 벗어나지 않는 것에, 또 매 회의 서사가 간결하게 전개되는 것에 반해, 드라마 AnnE With An "E"의 서사는 훨씬 역동적이고 다채로우며 박진감이 있다. 브로치 사건으로 마릴라는 앤을 좇아내고 매슈는 직접 고아원에 가서 앤을 데려온다. 그 과정이 또한 단순하지 않다. 매슈와 마릴라 남매의 어린 시절도 보여준다. 남매에겐 위로 남자 형제가 하나 있었는데 일찍 죽었고, 이들의 어머니는 그 일로 심한 우울증에 걸렸으며, 마릴라는 엄마와 동생을 돌보기 위해 결혼을 포기했다. 마릴라가 사랑했던 사람은 길버트의 아버지이다. 마릴라가 아프자 매슈는 마치 엄마를 잃을 것 같은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마릴라를 매슈의 오빠로 설정한 이유인데, 이 회를 보면 남매가 앤보다 더 가엾게 여겨진다. 이야기는 길버트의 흑인 친구 서바스천 배시로, 또 인디언 소녀 카퀫과 그의 가족으로도 옮겨가는데, 그 자체가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매우 진취적인 주제의식이 돋보인다. 다이아나의 고모할머니 조세핀, 교사 필립스와 학생 콜을 동성애자로 설정한 것은 조금 지나쳐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는 앤이 "제인 에어"의 구절을 종종 인용하고 있지만 소설에서는 그런 장면이 없다. '극적이다', '드라마틱하다' 이런 말뜻이 궁금한 경우, AnnE With An "E" 를 보면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