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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중요한 이유, 先獲我心

검하객 2022. 4. 5. 15:38

  유몽인의 문집에는 「북경으로 떠나는 성징 이정귀(1564~1635)에게 贈李聖徵令公赴京」가 실려 있다. 연행을 떠나는 이정귀를 전송하며 준 글인데, 그 시점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이정귀는 1598, 1601, 1604, 1620년 등 여러 차례 북경을 다녀왔다) 정파와 당론의 시대에 '혼자'임을 선언하는 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르귄의 "어둠의 왼손"에는 빛의 전달자 엔보이 겐리 아이가, 행성 겨울에서 사귄 친구 에스트라빈에게 자신이 혼자 온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우정의 제 1 요건은 나와 너의 1대1 관계임에 대한 역설이다. 동감한다. 1대1의 조건을 벗어나게 되면 관계는 정치가 되거나 거래가 되고 만다. 만약 르귄이 유몽인의 글을 먼저 읽었다면 이렇게 혼잣말을 했을 것이다.  "옛 사람이 먼저 내 마음을 얻었군! 古人先獲我心!"  

 

  우선 제가 이렇게 혼자 옴으로써, 즉 이렇게 완전 무방비 상태로 나타남으로써 당신들에게 위협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고 균형을 깨뜨릴 일도 없게 됩니다. 다시 말해 침입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신의 입장인 것이지요. 사실 여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즉 저 혼자서는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없지요. 오히려 제가 변화되면 되었지 말입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나는 내 입장을 설명하기에 앞서 여러분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지요. 혼자인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면 그것은 절대로 비인격적인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또 정치적이 될 수도 없고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관계, 그래서 정치 이상의 관계, 아니면 그 이하의 관계가 될 뿐입니다. ‘우리그들의 관계도 아니고 그것의 관계도 아닙니다. 바로 의 관계이지요. 정치적인 것도 아니고 실용적인 것도 아닌, 신비적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는 혼자 보내진 것입니다. . (329,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