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僧笑 ; 국수)와 객담(客談 ; 술)
이 음식만 보면 승려들 얼굴에 절로 웃음이 난다고 하여 국수를 승소(僧笑)라 한단다. 이 말이 재밌어 어디서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을까 찾아보았더니, 중국에서 기원한 게 아닌 듯하다. 유몽인(1559~1623)의 『어우야담』에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목은(牧隱) 이색(李穡)이 중국에 가서 과거에 합격하여 명성이 천하에 진동하였다. 목은이 어느 절간에 들렀을 때, 중 하나가 떡을 대접하면서 “승소를 적게 내오니 중의 웃음 적어라.(僧笑小來僧笑小)”라는 구절을 내놓으면서 대구(對句)를 청하였다. 목은은 창졸간에 짝을 짓지 못한 채 뒷날을 약속하고 귀국하였다. 어느 날 천리 밖을 유람할 제 집주인이 술을 들고 오기에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객담(客談)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목은은 그 자리에서 “객담이 많이 오니 객의 담소 많구나.(客談多至客談多)”라는 구절을 지었다.
여기서 僧笑는 떡을 의미한다. 승소는 국수 뿐 아니라 떡과 두부를 가리키기도 한단다. 여기에는 ‘객담(客談)’이 술의 별칭으로 나온다. 또한 대략 검색해보니 중국에 이런 용례가 없었던 듯하다. (정밀 고증 요) 손님들과 또는 손님들의 이야기에 술이 긴요하기에 개담이란 명칭이 생긴 것인가!
유몽인보다 20년 뒤에 태어나 28년을 더 살았던 李應禧(1579~1651), 『玉潭詩集』, ‘만물편, 곡물류’에도 「밀[小麥]」이라는 제목으로 아래 시가 실려 있다. (번역은 고전번역원) 여기에도 승소와 객담이 짝으로 사용되었다. 두 기록만 보면 1600년 즈음에 이미 승소와 객담이 각각 국수와 술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재밌다!
오곡 중에서 제일 먼저 익으니 五穀中先熟
백성 풍족하게 하는 게 분수이지 饒民分自甘
가을철에 미리 씨 뿌려 두고 當秋耕有素
여름 넘길 때 쓸모가 많아라 度夏用多兼
희게 찧으면 승소가 되고 擣白爲僧笑
노랗게 찌면 객담이 되지 薰黃造客談
두 가닥 밀은 이미 옛날 얘기라 兩岐時已遠
그 노래가 곤궁한 여염집에 끊어졌네 歌曲斷窮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