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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검하객 2022. 8. 4. 09:54

  요즘 <헤어질 결심>이란 제목의 영화가 화제인 듯하다. 

  오늘 아침 나도 문득 헤어질 결심을 다져보았다. 

  문자와 동거한 지 대략 40년이 되었다. 

  문자를 흠모하고 신봉한 것도 아니고, 또 이 문자를 담은 서책과 뜨겁게 사랑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잠시라도 이 친구들이 없으면 불안했고, 아니면 서지를 못했다. 

  그들이 나를 찾고, 나에게 다가온 것이 아니니, 순전히 일방적으로 내가 그들에게 기댄 것이다.

  그렇게 40년을 보냈으니 관습적 기생이랄까, 우정이나 사랑이란 이름은 아무래도 과하다. 

  별거를 해볼 생각을 한다. 

  여러 지역 여러 계층의 사람들 속에 들어가 같은 일을 하면서 그들의 언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아 나는 그동안 문자의 조롱, 서책의 우리에 갇혀 있었던 걸까?

  나는 이제야 1990년 이후 미뤄둔, 학교를 떠날 생각을 해보는 걸까? 

  이제야 세상에 나설 용기를 내보는 걸까? 

  결별의 감행,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