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의 두 주인공, 예수와 김성탄
제5도살장에는 가상의 작가 킬고어 트라우트와 그의 소설 내용이 여러 번 소개된다. 아래는 이렇게 소개된 소설 내용이다.
진열장에 있는 또 한 권의 킬고어 트라우트 책은 과거로 가서 예수를 보려고 타임머신을 만든 사람 이야기였다. 그는 타임머신을 만드는데 성공하여 겨우 열두 살인 예수를 보았다. 예수는 아버지에게서 목수 수업을 받고 있었다.
두 로마 병사가 목공소로 찾아와 파피루스에 적힌 기계 도면을 보여주면서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만들어달라고 했다. 민중 선동가의 처형에 사용할 십자가였다.
예수와 그의 아버지는 십자가를 제작했다. 그들은 일을 맡을 수 있어 기뻤다. 그리고 민중 선동가는 그 위에서 처형을 당했다. (250, 1)
예수 부자는 영문도 모른 채 주문받은 십자가를 제작해주었다. 이 십자가 위에서 누군가 처형을 당했고, 18년 뒤 자신도 거기 매달려 최후를 맞이한다. 상황 속 무지의 존재에게서 일어난 아이러니이다.
1661년 봄 陳濟生(1618~1664)이 아들을 낳았다. 그날이 마침 민간에서 관음보살의 생일로 알려진 2월 19일이었다. 같은 날 강희제의 등극을 알리는 詔書가 소주부에 도착했다. 김성탄은 마음을 다해 축하하는 시를 지어 주었다. 陳濟生은 승려 靈巖으로부터, 아들을 얻었으니 살생을 해서 안 된다는 法旨를 받았다. 이에 감동한 김성탄은 합장하는 마음으로 불살생을 강조하는 한 수의 시를 더 지어, 여러 부처와 사우들이 축복하는 새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을 노래했다.
이후 7월 13일 김성탄은 남경에서 처형된다. 새 황제의 등극을 경하했지만 그 황제의 명에 의해 참형에 처해지고, 새 생명의 태어남에 불살생의 계율을 경건하게 노래했지만, 정작 자신은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것이다.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다. 누군가 그 일생을 설계한 것이라면 김성탄의 삶은 완연한 비극이며, 360년이 지난 오늘 시점에서 그는 아이러니의 인물이 된다. 우리는 역사에서 종종 그런, 바로 뒤에 일어날 정반대의 결과도 알지 못한 채 어떤 주장을 호언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여 자기 말을 몸으로 부정하는, 아이러니의 인물들을 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