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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유일한 전능자, 작가

검하객 2013. 1. 19. 22:57

  물론 이젠 소설가들 뿐만 아니겠지만. 몇 해 전에 "임꺽정"을 읽다가, 갖바치 양주팔과 임꺽정 등이 김식은 물론이요, 이순신 이황 같은 역사 인물들과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소설가(작가)야말로 세상에 유일한 전능자로구나 생각했다. 오늘 잠깐 화장실에서 "영웅문" 1부 제 6권을 읽었다. 곽정이 징키스칸의 노염을 사 죽을 위기에서, 어머니의 기지와 희생으로 겨우 탈출했지만 절대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그때 제베와 툴루이가 곽정의 탈출을 도와준다. 소설에서 제베는 위기에 처했을 때 소년 곽정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고, 곽정에게 활쏘기를 가르쳐 준 스승이다. 그 장면을 김용은 이렇게 묘사했다.

 

  "제베(철별)도 말에서 내려 이평의 분묘 앞에 엎드려 네 번 절을 했다. 그리고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화살통과 철궁, 장창을 있는대로 모두 곽정에게 넘겨주었다. 심지어는 자기가 타고 온 말까지 끌고 와 고삐를 곽정의 손에 쥐어 준다. '가 보도록 해라. 우린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하겠지.' 곽정은 --- '당년 너는 네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나를 구해주지 않았느냐? 그래 나라고 남자 대장부가 되지 말란 법은 없겠지. 나도 내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너를 구해 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또 칭기즈칸의 넷째 아들 툴루이(타뢰)가 홍마를 끌고 와 곽정을 전송한다. 작가는 전능하지 않은가? 곽정을 빚어냈고, 칭기즈칸의 부하가 되어 서역 정벌에 나서게 했고, 제베 및 툴루이와의 인연까지 만들어냈다. 몽골과 금나라와 송나라의 역사를 모르는 수많은 독자들이 이 지어낸 이야기를 읽으며 밤을 지새웠으니, 우습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