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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와 不知 (제물론)

검하객 2022. 9. 3. 12:25

 

  대학교 2학년쯤엔가 [장자]를 읽었고, 20여 년 전에는 조선 후기 장자 수용의 양상을 두고 논문을 써 발표한 적이 있으며, 그 전후로도 무수하게 장자를 인용하거나 주석을 달았다. 오랫동안 [장자]를 읽었고, 안다고 생각해왔다. [하늘의 물레] (르 귄)를 이해하기 위해 이 두어 주 전 [장자]를 다시 꺼냈다. 원문을 짚어 보다가 해독되는 게 없어, 아니다 싶어 원문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만 <제물론>에서 막히고 말았다. 이런, 나는 이 글을 읽었던 적이 없다. 번역문을 훑어보았을 뿐이고, 필요에 따라 부분 부분 구절을 주석으로 달았을 뿐이다. <제물론> 읽는 데만 꼬박 1주일이 걸렸는데, 여전히 몇몇 구절들은 해독이 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안다고 생각했던 건, 일순 알지 못하는 것으로 뒤집혔다. 실제 知와 不知는 이 글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 글에는 '知' 자가 무려 56회나 사용되었다. 이중 '不知'가 16회, '未知'가 2회, '無知'가 1회이다. 이 '앎'과 가장 밀접한 것은 '언어'이다. <제물론>에는 '言' 자가 27회, '謂' 자가 30회 사용되었다.  <제물론>은 언어와 인식, 또는 둘의 관계를 논하고 있는 글인 셈이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무엇이며, 안다는 건 또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