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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수록 가깝고, 낯설수록 낯익으며, 가짜일수록 진짜인 역설적 속성

검하객 2022. 9. 5. 14:59

  몸짓은 화려하고 북소리 요란하니        機幻張皇鼓吹宣

  진짜 모습 가짜 얼굴 혼백이 어지럽네  眞形假面眩人魂

  진짜와 가짜를 어찌 꼭 가릴 건가          眞眞假假何須辨

  진짜 가짜 뿌리는 본디부터 하나인 걸  眞假從來只一根

                     김구(金絿, 1488~1534), 이 밀양 집 잔치에서 배우들 놀이를 보고 짓다, 李密陽宅讌席, 觀優戲作, 乙酉元日(자암집1, 1525)

 

  진짜와 환영을 가리지 말고                   不作眞幻辨

  자아와 사물도 가리지 마라                   不作物我別

  환영이 곧 진짜이고                               卽幻便卽眞

  내가 바로 사물이니                               卽我便卽物

조귀명(趙龜命, 1693~1737), 李弟君叙所藏李澄畵鷙障子二軸贊

 

  위는 연극(광대놀이)을, 아래는 그림을 노래한 시이다. 위는 광대라는 현실 인물과 그가 연기하는 배역 (가면) 인물 사이의 같고 다름을 말하고 있다. 여기 따르면 광대가 배우이고 배우는 곧 광대이니, 그 구분이 부질없다. 아래는 실제 풍경과 그림 속 풍경을 말하면서자아와 사물의 관계도 아울러 말했다. 멀어질수록 가까워지고, 낯설수록 낯익으며, 허황될수록 현실이 되는 건, 소설을 비롯한 예술의 역설적 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