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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잘못이다
검하객
2022. 10. 31. 08:14
그저 놀러갔던 사람들이 153명이나 죽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말이 여기저기 올라온다.
아니다, 누군가의 분명한 잘못이다.
그저 운이 없던 것이라고?
모든 현상은 원인의 결과이고, 우연은 과정이 은폐된 필연이다.
그저 우연이라면, 정부는 왜 있고 권력은 폼인가?
정치는 무한 책임이다.
우연이고 불운이라며 원인과 책임을 덮으려는 건 권력의,
그 권력과 결탁한 세력의 사악하고 교활한 의도이다.
저 기만 술책에 넘어가면, 머잖아 우리는 더 끔찍한 일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 희생은 나와 내 가족과 이웃이 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건 국가가 애도할 일은 아니다.
관공서에 조기를 걸 일도 아니다.
우리에겐 무슨 문제만 터지면 국가와 애국을 내세워 모든 걸 덮어왔던 암흑의 역사가 있다.
반공을 내세워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반공을 내세워 친일을 덮고, 국민들을 학살하고, 독재를 해온.
태극기만 들면 - 웃기는 건 성조기를 드는 일이지만 - 다 끝이라는 생각의 기원도 거기에 있다.
우리 모두 슬퍼하고 위로하고 되돌아볼 일이다.
하지만 국가를 내세울 일은 아니다.
국가를 내세우는 건, 그 뒤에 숨겠다는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자의 잘못이다.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을 비난하는 이들의 책임이다.
한두 번이 아니고 서너 번 계속 속으면, 속는 이들도 공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