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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배우다, 번역
검하객
2023. 3. 26. 21:14
12세기 스페인의 톨레도는 이슬람의 과학 문헌들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중심지엿다. 초기의 라틴어 번역가들은 이슬람의 수학, 과학 용어들을 옮길 마땅한 라틴어가 없어 소리 나는 그대로 아랍어를 라틴어로 옮기기도 했다. 라틴어는 그만큼 과학의 지식을 창조하고 전달하는 데 있어 가난한 언어였다. 어떤 이들이 12세기 르네상스라고 칭송했던 이 시기조차 아직은 유럽이 그 학문적 가난을 벗어날 때는 아니었다.
이은수, '이슬람 과학 유산'의 발견 --- '학문적 가난' 유럽은 지적 욕구를 채우다, 경향신문, 3. 25
<바그다드의 도서관에 모인 학자들> (야흐야 알 와시띠(Yahya al-Wasiti), 1237) 압바스 왕조 시대, 바그다드의 알 히크마(bait al-hikma, 지혜의 집)는 외국어 문헌의 종합 번역센터였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번역의 발달과 문명의 번성은 비례하는 것으로 보인다. 번역은 능동적으로 외부의 이질 요소들을 왕성하게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자기를 열어 채우고, 움츠려 높이 뛰며, 수축하여 확장하는 행위이다. 이는 동시에 자기 용량을 확장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행위이다. 처음에는 빠르고 정확하고 넉넉하게 받아들이기 버거웠는데, 경험과 성과가 쌓이면서 그 능력이 좋아진다. 용량과 역량이 확대대고 강화되면, 이젠 공격적인 태도로 다양한 영역에서 번역 대상을 탐색하게 된다. 어쩌면 문화는 물론, 개인의 삶도 끝없는 번역의 연속일지도 모른다.